차 강판 협상 전운…완성차·철강, 양보 없는 치킨게임
미국 고율 관세, 협상판 흔드는 새 변수
‘인하’ 요구 완성차 vs ‘인상’ 절실 철강
2025-09-23 13:16:10 2025-09-23 15:06:2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상반기 글로벌 수요 둔화와 원료 가격 하락으로 자동차 강판 가격이 다소 낮아진 가운데, 하반기 협상에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철강 업계 모두 미국발 관세 부담을 크게 떠안고 있는 만큼, 이번 협상에서는 양보 없는 총력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관세와 원가, 현지화 과제가 동시에 겹치면서 협상 결과에 따라 업계 전반의 수익성 방어와 향후 대응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와 완성차업계는 현재 각사별로 강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통상 연 2회 공급 가격을 정산하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수시 협상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각사별로 진행하는 가격 협상은 민감한 사안이어서 협상 완료 사실만으로도 다른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동차 강판은 완성차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로, 철광석·원료탄 가격과 환율 변동 등을 반영하는 ‘포뮬러 방식’으로 가격이 조정됩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으로 완성차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관철한 바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는 미국에서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협상을 통해 15%로 낮췄지만 기존 2.5%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관세 직격탄을 맞은 완성차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원가 절감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 행사 후 “관세에 따른 차량 가격 인상은 없다”며 원가 절감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국내 판매 비중을 현재 17%에서 2030년 13%로 낮추고 해외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철강업계는 대응 여력이 제한적입니다. 자동차업계는 주요 고객이 완성차업체인 만큼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힘든 상황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는 미국에 강판을 수출할 때 최대 5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어 충격이 더 큽니다. 현지 생산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가동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포스코도 지분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이지만 단기 대안은 되지 못합니다. 
 
철강사의 부담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자동차 강판을 비롯한 냉연강판은 포스코 철강 사업의 핵심 부문으로서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해당합니다. 2024년 기준 철강이 포스코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76%에 달하며, 제품별로 열연(10.04%), 냉연(16.30%), 스테인레스(8.39%), 기타 제품(15.03%) 등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현대제철도 지난 7월 자동차강재영업본부를 새로 꾸릴 만큼 자동차 강판 비중이 큽니다. 
 
이번 협상은 철강사의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는 주요 고객인 만큼 협상이 늘 쉽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비교적 원만하게 타결돼왔다”며 “이번에도 관세와 원가라는 복잡한 변수가 얽혀 있지만 서로의 이해를 조율해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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