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내란 특검이 비상계엄을 주도했던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을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고발 사건이 경찰과 공수처를 거쳐 특검으로 이첩되면서 대통령실의 기록물 관리와 증거인멸 정황 등도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습니다.
지난 3월8일 당시 김주현(왼쪽부터) 민정수석,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국민의힘 서명옥, 강선영, 임종득 의원 등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윤석열씨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대통령실 의혹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6월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증거인멸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사세행은 고발장에서 정 전 실장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실 공용 PC 기록과 공용 서류를 일괄 폐기하거나 파쇄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뒤이어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도 정 전 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을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실 내부에서 계엄 관련 기록이 정상적인 이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삭제·파쇄됐다고 의심했습니다.
두 건의 고발은 각각 다른 기관으로 접수됐지만, 사건 성격상 내란 특검의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최종적으로 특검으로 이첩됐습니다.
고발 직후 공수처와 경찰은 각각 사건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내란 의혹을 전담하는 특별검사팀이 출범하면서, 해당 사건은 내란 특검으로 이첩됐습니다. 특검은 단순 기록 관리 문제가 아닌, 내란 혐의 은폐 시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 문서와 전산 기록이 텅 비었다는 주장은 조직적인 은폐 가능성을 의심케 합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 인사들은 "대통령 기록물 손상은 없었다"며 증거 인멸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번 증거인멸 의혹은 단순한 수사 대상이 아니라, 기록물 관리 전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미 4월, 전직 대통령의 범죄 수사 관련 기록물에 대해 보호 기간 지정 자체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탄핵된 대통령이 지정한 기록물이라도 범죄 수사 관련 내용이면 전면 공개 대상이 되도록 하고, 대통령기록관장이 해당 기록을 열람·공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합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박주민 국회의원 등이 지난 4월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수괴 윤석열씨의 각종 의혹 기록물 이관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 대통령실 기록물 정밀 추궁
내란 특검은 사건을 넘겨받은 뒤 대통령실 기록물 이관과 관리 전 과정을 정밀하게 추궁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정 전 비서실장이 실제로 공용 PC 기록 삭제와 문서 파쇄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입니다. 특검은 이 부분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단순 관리 소홀을 넘어 조직적 증거인멸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검은 고발인 조사와 증거 확보를 진행하는 동시에, 정 전 비서실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는 정 전 실장이 해외로 빠져나가 진술을 회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강한 압박 조치로 해석됩니다.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역시 기록 관리 책임자로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민주당 측에서는 내란 혐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실이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취임 직후 "용산 집무실이 꼭 무덤 같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대통령실의 조직적 은폐 정황을 문제 삼았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에 따라 기록물을 관리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공방 속에서 특검은 양측 주장을 모두 검증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검은 정 전 실장 등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인사들이 대통령 기록물을 어떻게 다뤄왔는지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볼 예정입니다. 특검은 현재 대통령실 기록물 관리 절차가 관례에 따른 정상적 삭제였는지, 아니면 내란 혐의 은폐를 위한 파기였는지를 가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은 대통령 기록물을 이관하고 남은 것을 삭제한 것은 관례라고 주장했는데, 이 또한 통상적이었는지 이례적이었는지 따져보겠다는 겁니다. 향후 특검은 기록물 보관소 자료 제출 요구, 전산 기록 분석, 필요할 경우 압수수색까지 검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수사는 단순한 기록물 관리 문제를 넘어,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내란 혐의 은폐에 개입했는지를 따지는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간 특검은 국방부·행정안전부·군 지휘부를 중심으로 수사를 벌여왔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실 자체가 피수사 주체로 올라섰다는 점에서 압박의 강도는 달라지게 됐습니다. 특검이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에 대한 소환 여부와 추가 증거 확보가 향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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