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소버린 AI)'에 선정된 5개 정예팀 가운데 한 곳을 신생 회사가 이끌어 눈길을 끕니다. 게임사
엔씨소프트(036570)의 연구 조직으로 출발해 올해 분사한 엔씨 AI입니다.
엔씨 AI는 카이스트·NHN 등 14개 산학연, 롯데 등 40개 수요 기업을 포함해 54개 기관이 모인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습니다. 쟁쟁한 기업들을 포섭해 국가대표 AI를 만든 비결이 궁금해지는데요. 독자 AI 사업을 총괄하는 김건수 엔씨 AI 에이전틱 AI 랩 실장은 18일 판교 엔씨 R&D센터에서 "지난 14년간 게임·콘텐츠·산업 AI 분야에서 꾸준히 기술을 축적했다"며 "그간 쌓아온 산·학·연 네트워크와 검증된 기술 내재화 역량이 신뢰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건수 엔씨 AI 에이전틱 AI 랩 실장이 18일 판교 엔씨 R&D센터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엔씨 AI)
K산업 글로벌 진출 돕는 AI
엔씨 AI 컨소시엄은 수요·공급·연구 전 주기의 유기적 협력으로 '산업 특화 AI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건수 실장은 "한국 1위가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는 산업군이 제조·유통·미디어"라며 "AI 전환으로 이들 산업군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한국 AI의 글로벌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소버린(자주적) AI"라고 말했습니다.
엔씨 AI는 이를 위해 모델 개발과 현장 적용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우선 엔씨 AI가 전체 기획·통합관리·기술총괄과 거대언어모델(LLM)·멀티모달(다양한 시청각 데이터를 이해) 등 코어 모델 설계를 합니다. 카이스트·서울대·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연구기관은 첨단 AI 알고리즘과 원천 연구, 보안·윤리, 데이터 확보를 담당합니다. 그 밖에 주요 기업은 제조·유통·로봇·미디어 등 특화 응용 AI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평가를 이어갑니다.
여유는 없습니다. 정예 팀 한 곳이 탈락하는 연말 1차 평가일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6개월마다 정예 팀을 줄여 2026년 최종 한두 곳만 남길 예정입니다. 엔씨 AI는 최종 팀에 선정될 자신이 있다고 하는데요.
김건수 실장은 "참여기관 간 데이터·모델·인력의 신속한 상호 지원 체계를 마련해 평가일까지 크리티컬 마일스톤을 차질 없이 달성하는 게 최우선 전략"이라며 "1차 평가에선 특정 사업 영역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파운데이션(다목적) 모델 자체의 일반적인 성능을 올리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6개월 이내 출시된 국제 AI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입니다. 김 실장은 "저희가 1차 연도에 95% 달성과 내년 100% 달성을 제시해놨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언어 모델은 사전·사후 학습 두 단계로 개발되는데 사전 학습은 ETRI와 많이 협업하고 사후 학습은 고려대와 주로 할 것"이라며 "ETRI는 국내 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프롬 스크래치 모델(처음부터 만든 모델)을 개발한 경험이 있고 고대는 관련 영역 톱 저널에 논문을 20편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건수 엔씨 AI 실장. (사진=엔씨 AI)
국민 체감 AI 목표
엔씨 AI는 컨소시엄 결과물이 수요 기업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와닿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두 가지 방식으로 접점을 넓히려 합니다. 김 실장은 "민원 서비스인 정부24 사이트에 우리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적용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며 "비용 효율적이고 편리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미래 세대와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용으로 간단히 생성형 AI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학생·연구자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엔씨 AI가 국가대표 AI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던 배경은 모회사 엔씨소프트의 비전입니다. 김 실장은 2011년 엔씨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며 AI 조직과 협업한 경험이 있는데요. 퇴사 후 2016년 AI 조직으로 재입사했을 때 회사가 제시한 전망이 오늘날 엔씨 AI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김 실장은 "명시적으로 AI를 연구한다는 기업 자체가 별로 없고 자연어 처리 기술 개발이 활성화되지도 않던 시절에 엔씨는 이 기술에 욕심을 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당시 AI 조직을 이끌던 분과 이연수 엔씨 AI 대표가 과거 SK텔레콤 챗봇 '일미리(1㎜)' 개발자 출신"이라며 "'말만 잘하면 안 되고 풍부한 지식을 잘 표현할 수 있어야 유용한 AI가 된다'는 개념으로 같이 연구하자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채용하고 있었는데 다른 곳에서 들어보지 못한 참신한 비전이어서 합류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실장은 "현재 엔씨 AI의 기술과 철학, 그때의 비전이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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