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카드사와 캐피탈사, 보험대리점(GA) 등 2금융권 내 영업 확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캐피탈사가 주도하던 할부금융 시장에 카드사가 공격적으로 뛰어든 데 이어 최근 캐피탈사에서는 GA 설립 허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업권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업계는 정부에 캐피탈사의 GA 설립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자동차 할부금융과 자동차보험 패키지 판매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해외 주요국처럼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할부금리·보험료를 할인하는 형식의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보험대리점협회는 캐피탈사의 GA 진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손해보험 설계사 기준 자동차보험이 전체 판매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캐피탈사의 진출로 고객 접점과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행 보험업법상 카드사의 GA 업무는 허용, 캐피탈사의 보험 판매는 금지돼 있습니다.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본래 캐피탈사 영역로 인식됐지만 최근 카드사의 공세가 거세기 때문입니다. 지난 1분기 6개 카드사의 전체 할부금융 취급액은 1조2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습니다. 이 중 자동차 금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정부 규제 강화로 수익 확보를 위해 전통적인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역이 겹치다 보면 결국 한정된 고객과 계약을 서로 나눠 가지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일고 말했습니다.
금융업권 간 경계 붕괴는 다른 영역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증권·보험사가 은행 고유 업무였던 지급결제 시장에 진출했고, 국공채 매출 업무 역시 증권사 독점에서 은행·보험사로 확대된 바 있습니다. 부동산 자문·투자·운영 서비스도 금융권과 중개업 등 비금융권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캐피탈사의 보험시장 진출이 금융소비자의 비용 절감과 편익 제고로 이어질지도 관심사입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이 보험 영업에 진출해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 금융권이 영역 확장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케파(시장점유율)와 이미 포화된 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진출은 수익과 매출 확대뿐 아니라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금융은 여신전문금융사가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캐피탈사가 GA 역할에 관심을 두는 건 고객 접점을 레버리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끼워팔기나 과도한 묶음판매 등 불공정 행위만 아니라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서비스 품질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용카드 모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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