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도 잃고 재고 떨어지고…현대차, 가격 인상 ‘고심‘
2012년부터 13년간 0% 관세 수혜
4월부터 25% 관세…재고로 버텨내
관세 15% 부과에 “인상 자제 기류”
2025-08-01 12:56:05 2025-08-01 14:32:27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한국과 미국 간 자동차 관세가 15%로 합의되면서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가장 큰 수혜를 본 현대차는 지난 4월 미국의 25% 품목 관세 부과 이후 남은 재고로 4개월간 가격 방어에 성공해왔지만, 관세 협상 타결로 FTA 효과가 사라진 데다 재고마저 소진되면서 결국 판매가격 인상을 고심하게 됐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는 지난 2012년부터 한미 FTA로 미국 수출 시 0% 관세를 적용 받아왔습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토요타 등 일본 업체와 폭스바겐 등 독일 업체보다 관세 2.5%가 낮아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관세 전쟁으로 혜택이 사라지면서, 현대차는 완전히 새로운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됐습니다. 지난 4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때 현대차는 즉각적인 가격 인상 대신 재고를 활용하는 완충 전략을 택해왔습니다. 
 
이미 미국 항구에 도착해 있거나 운송 중인 차량들은 기존 관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현대차는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며 버텨왔습니다. 4개월간 이어진 이 전략으로 현대차는 급격한 가격 변동 없이 시장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25%에서 15%로 관세율이 낮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기존 FTA 체제하의 0% 관세와는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4개월간 활용해온 재고가 거의 바닥나면서 더 이상 가격 방어 여력을 잃게 됐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차량들에는 15%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결국 가격 인상이냐 수익성 악화냐라는 기로에 서게 된 것입니다.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 공장. (사진=현대차그룹)
 
실제 미국에서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등과 경쟁하는 현대차 쏘나타의 판매가(MSRP)는 2000달러 가까이 쌉니다. 모델별 판매가는 쏘나타 2만6900달러, 캠리 2만8700달러, 어코드 2만8295달러입니다. 하지만 15% 관세가 적용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차량 한 대당 3000달러에 가까운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이들 모두 소비자 가격에 전가한다면 쏘나타 가격이 3만달러에 달하면서 경쟁 차종들보다 오히려 비싸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미국 내 차량 가격 인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고심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약 10%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은 그간 쌓아온 시장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수익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방식으로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올 2분기 합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한 77조6363억원으로 역대 분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합산 영업이익은 6조366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6% 줄었습니다.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성차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탄력적인 인센티브와 가격 전략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날 링크드인을 통해 “예측 가능한 환경은 장기적 계획 실행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생산 부문과 미국의 생산시설 간 원활한 협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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