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기금평가)①3천조 기금 성적표 공개…외평·공자기금은 평가 밖
올해 주택도시기금 B등급…정책금융기금 중 가장 낮은 성적
사법·문화기금은 C·D등급, 농어가목돈마련기금은 폐지 권고
외평기금·공자기금 등 목적 외 사용 논란에도 평가 체계 부재
2025-07-25 14:13:55 2025-07-25 14:32:57
[뉴스토마토 이지우·김지평 기자] 2025년 기준 우리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67개 법정기금은 자산 규모 3000조원, 연간 운용액은 1000조원에 달합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이들 기금은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며, 대부분은 기획재정부가 구성한 민간 전문가 평가단의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평가 체계가 각 기금의 설립 목적이나 실제 집행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기금은 운용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 5월 2024 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와 기금존치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운용평가에서는 전체 67개 기금 중 27개가, 존치평가에서는 19개가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 기금과 여유자금 1조원을 넘는 기금은 매년 운용평가를 받고, 계정성 기금이나 연기금투자풀에 완전 위탁된 기금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 밖의 기금은 2년 주기로 여유자금의 운용성과와 자산운용 체계·정책을 점검받습니다. 
 
3년마다 진행되는 존치평가에서는 설치 목적과 재원 구조를 분석해 존폐 여부를 판단합니다. 실제로 출국납부금이 폐지된 국제질병퇴치기금은 2024년 폐지 권고를 받고 올해 폐지됐습니다. 
 
특히 운용평가에서는 혁신성장 분야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실적이 있는 기금에 최대 1점의 가점을 부여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고용보험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 △임금채권보장기금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기술보증기금 △공무원연금기금 등 7개 기금이 가점을 받았으며, 이들 기금에서 평균 1516억원 규모의 벤처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중진기금 '탁월'·주택도시기금 '양호'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평가 대상인 13개 정책금융기관 관계 기금을 먼저 살펴보면, 올해 운용평가 대상에 포함된 기금은 6개입니다. 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기금(한국무역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기금(주택도시보증공사)·중소벤처기업창업및진흥기금(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이에 해당합니다. 
 
대외경제협력기금(한국수출입은행)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관 등 대외정책 자금을 직접 집행해 운용평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외국환평형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한국투자공사)·공적자금상환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계정성 기금들도 평가에서 제외됐습니다. 
 
기금운용평가는 '탁월(S)'부터 '아주미흡(E)'까지 6등급으로 나뉘는데요. 중소벤처기업창업 및 진흥기금은 S등급을, 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기금·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은 우수(A)등급을 받았습니다. 주택도시기금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하락한 양호(B)등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위원회 출석률 저조, 단기자산 급증, 유동성 유지 재검토 필요성 등 지적사항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아울러 미국 오피스 빌딩 투자에서 발생한 1782억원 손실도 전액 반영됐습니다. 
 
올해 사법·문화기금 C·D등급…농어가목돈마련기금은 폐지 권고
 
그 밖에 기금운용평가에서는 사학연금은 S등급, 공무원연금·방송통신발전기금·정보통신진흥기금 등 11개 기금은 A등급, 고용보험·군인연금은 B등급을 받았습니다. 반면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은 보통(C)등급,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미흡(D)등급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규모 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기금은 별도의 평가팀이 구성되며 최근 6년간 B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C등급을 받은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은 위원회 전문성 부족과 소극적 운용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단기자산 876억원은 전액 현금성 자산이고, 중장기자산 356억원은 연기금투자풀에 위탁해 운용 중입니다. 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와 출석률도 저조했습니다. D등급을 받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잔액의 88%를 단기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전담 인력도 감소한 상태였습니다. 
 
한편, 올해 존치평가 대상 19개 기금 중 농어가목돈마련장려기금은 3회 연속 폐지 의견을 받았습니다. 해당 기금은 목적사업과 재원의 연계성이 낮고, 예산이 모두 당해 연도에 소진돼 기금 운영의 필요성이 적다고 평가됐습니다. 이 기금은 지난해 기금운용평가에서도 E등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박정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평기금·공자기금, 막대한 규모에도 평가 제외
 
기금운용평가가 수익성과 관리체계 등 운용 전반에 치우쳐 실질적인 집행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익률 평가가 불필요한 기금들은 아예 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막대한 자금 규모에도 불구하고 점검 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입니다. 
 
대표적 예가 자산 69조4000억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과 323조원 규모의 공공자금관리기금입니다. 이들은 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지만 지난해 10월 기재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외평기금과 공자기금 등에서 14조~16조원 규모의 자금을 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달 박홍근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3년간 공자기금이 다른 기금에서 가져온 예수금은 223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기금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 기금의 구체적인 운영 실태와 사업 집행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인데요. 매년 기금 감사보고서가 공개되고는 있지만, 재무제표 위주의 현황 정보만 담겨 있어 실제 사업 집행 과정이나 성과 평가 내용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금은 결국 국민을 위해 쓰이는 돈인 만큼 다른 곳에 전용해 사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애초 평가 대상에서 빠진 기금들은 막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운용 실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우·김지평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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