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엔사에 DMZ 내 작업 통보…8개월만 소통에 '대화 시그널'
남북 단절 위한 작업이지만 통보자체에 의미…예단은 어려워
2025-06-30 17:22:07 2025-06-30 17:22:07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내에서 방벽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합참)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유엔군사령부 채널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내 공사 계획을 알려왔습니다. 비록 내용은 남북 간 단절을 위한 철책과 방벽공사였지만 유엔사 채널을 통해 통보한 건 대화 재개의 신호로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30일 유엔사와 국방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5일 유엔사와의 직통전화인 '핑크폰'을 통해 DMZ 내 여러 지역에서 국경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습니다. 북한은 유엔사에 DMZ 내 작업에 대해 새 철책 설치 등 경계선 확장 작업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엔사 관계자는 "북한군 측과의 소통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사전 통보는 오해와 오판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고, 유엔사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사전 통보를 지속적으로 권장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5일 북한의 통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북한의 통지는 남북 간 긴장 완화와 관련된 의미있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예단하기는 어렵고, 우리 군은 긴장완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군이 유엔사에 DMZ 내 공사 계획을 통보한 건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입니다. 당시 북한 총참모부는 보도문을 통해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며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통보 6일 뒤 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대전차 방벽 설치, 지뢰 매설, 철책 보강, 불모지 공사 등을 해오다 같은 해 12월 말 작업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후 올해 3월부터 산발적으로 대남 단절 작업을 재개했지만 4월 이후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지난주 후반부터 접적 지역에서 작업을 재개했고, 하루에 1000명 이상의 작업 인원이 작업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했습니다. 
 
또 이 실장은 "지난해에는 수천 명 규모로 10여곳에서 작업이 진행됐는데 현재 5∼6곳에서 1000여명이 작업하고 있다"며 "지난해 수준으로 본격 재개된 것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유엔사 채널 가동과 관련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단계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남북 근 통신선 등 직접 소통 채널이 아직 막혀있는 데다 인도적 차원의 대화마저 북한이 거부하고 있는 상태여서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 3월 서해에서 구조된 북한 어민 2명과 5월 동해에서 구조된 북한 어민 4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정부가 이를 북한에 전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는 상태입니다. 또 정부가 북한에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 피해 방지를 위해 임진강 상류에 자리한 황강댐 방류에 앞서 통보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여기에도 묵묵부답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4월 북한군 10여명이 MDL을 침범했을 당시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한 것과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사를 통해 DMZ 내 작업을 통보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시 북한군 10여명이 DMZ내에서 작업을 하던 중 MDL 이남으로 넘어왔고 우리 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자 MDL이북으로 넘어간 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개념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DMZ 관리 주체인 유엔사를 통해 절차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남북 또는 북·미 대화 재개를 전제로 주도권을 잡을 타이밍을 재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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