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발 스태그플레이션에…한국 경제 '고차방정식'
미, 1분기 경제 '역성장'…트럼프 관세정책 탓
연준, 통화 긴축적 모드…한은 통화정책 '고심'
관세 불확실성에…이재명정부 정책 대응 '복잡'
2025-06-27 15:57:03 2025-06-27 16:23:5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1분기 미국 경제가 3년 만에 역성장하고 물가 지표도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을 크게 늘린 게 성장률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당장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신중 모드에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 운신의 폭도 좁아졌습니다. 또 새 정부가 온갖 재정 카드를 총동원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하방 압력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서 이재명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에 험로가 예상됩니다. 
 
미, 1분기 -0.5% '역성장'…물가지수도 '껑충'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감률(확정치)이 -0.5%(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0.2%)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0.2% 증가였습니다. 또 같은 날 발표된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3.4%)를 웃돌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입니다.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고율 관세정책 등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1분기 미국 기업들이 고율 관세정책 시행을 앞두고 수입을 늘린 것이 역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경제 성장 둔화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전날 발표한 중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을 연초 제시한 2.0%에서 1.3%로 하향 조정하며 "관세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이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연준 역시 지난 18일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를 우려하는 시각을 보여줬습니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월(1.7%)보다 낮아진 1.4%가 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PCE 물가지수는 2.8%(3월)에서 3.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인 이유에 대해 "관세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회계법인 RSM의 조셉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상황은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외 변수가 경제 '발목'…대미 관세 협상·정책 속도 '관건'
 
미국 경제에 짙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한국 경제에도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미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정책 대응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당장 긴축적으로 변하고 있는 미 연준의 시각은 한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한국의 경우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 인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한국은행도 다음 달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에서 한국만 연속 인하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 경제를 역성장에 빠지게 한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경기 하방 압력도 높아졌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하자마자 1% 성장률 사수를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대외 여건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침체된 내수가 일정 부분 살아나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미국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더욱 위축되면 경제 성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미 통상 협상 결과와 각종 경기 부양 정책 속도가 하반기 우리 경제를 좌우할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국 경제는 1분기 경기 저점을 찍은 뒤 2분기부터 회복 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개선 속도는 더딜 것"이라며 "결국 2차 추경 자금이 얼마나 빠르게 집행될지와 대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하반기 경제 성장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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