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 농정 공약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분야가 ‘농업민생 4법’과 ‘필수농자재 지원법’이다. 이 대통령은 농업인이 가격과 재해 걱정 없이 농사짓는 '안심농정' 실현을 위해 선진국형 농가 소득 보장과 재해 안전망 도입을 약속했다. 농업민생 4법은 윤석렬정부 때 민주당이 발의했던 ‘양곡관리법’ ‘농산물가격안정법’ ‘농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을 말한다. 이 공약이 실효성 있게 설계되고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면 이상적 농정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첫째, 농업민생 4법이 반시장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농업계 안팎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남는 쌀 강제 매입법” “농업을 망치는 농망 4법” “재해대책법 자체가 재해 수준”이라며 윤석열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신중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 당초 발의됐던 양곡관리법에 논 타작물 재해 지원 근거를 마련해 쌀 과잉생산을 막겠단 취지를 담은 개정안은 나름 근거가 있다. 농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에도 기준 가격을 도매시장 평균 가격을 기초로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결정하겠단 방안도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양곡관리법은 쌀 기준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주는데 굳이 경작이 쉬운 쌀 대신 일정 직불금 수취를 위해 힘들게 타작물로 전환할 농가가 얼마나 있겠느냐가 의문이다. 기준 가격 설정을 위한 생산비와 물가상승률 수준 적용 방식도 앞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둘째, 재해 대책과 재해보험법 개정안은 재해 이전까지 생산에 투입된 비용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최대한 보조, 보조 및 지원 기준 실거래가 수준 결정, 보험 미가입 재해 피해 보상 대책 마련, 자연재해 보험료 할증 배제 등을 담는다. 자연재해는 농가 노력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하므로 정부 지원은 타당해 보이나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제기돼온 도덕적 해이를 자연재해와 어떻게 구별할지가 문제다. 또한 정부 재해대책법에 따라 충분한 보상이 따를 경우 굳이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며 재해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될 수 있는지도 형평성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준 가격을 보장하는 농가경영 안정책보다는 수입안정보험 같은 보험 가입을 통해 소득이나 수입을 안정시키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WTO 감축대상 보조에도 위배되지 않는 시장 지향적 정책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양곡관리법이나 농산물가격안정법은 소규모 농가에 한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용해야 하고, ‘농작물재해보험’이나 ‘수입안정보험’이 주요 경영안정제도로 정착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수농자재 지원법 예산과 WTO 농업협정 등 관련 법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필수농자재 지원 소요 예산의 5년간 추산액은 2조8751억~9조6374억원으로 나타났다. 필수농자재 지원은 투입재 지원에 해당돼 WTO 농업협정 감축 대상이며, 국내 보조금 총량(AMS)인 1조490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가격 안정제’도 16개 작물 적용 시 연평균 1조원을 상회하는 재정이 소요될 걸로 추산됐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양곡관리법과 농산물가격 안정제를 통한 농가 지원도 모두 WTO 감축대상 보조에 해당된다.
이재명정부가 공약 사항으로 주장해온 선진국형 농가 소득 보장과 재해 안전망 도입에 대해선 농업경제학자로서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그 방식에 대해선 새 정부가 지속적으로 표방하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 원칙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줬으면 한다. 새 정부가 기획하는 미래 지향적인 농정들이 농업민생 4법과 필수농자재 지원법의 성급한 도입으로 반시장적 포퓰리즘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으면서 선진 농정으로 발돋움할 수 있길 기대한다.
정원호 한국식품유통학회장,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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