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기아, 대규모 투자에도 AAA 방어…관세 변수는 '복병'
전기차·SDV 투자에도 흔들림 없는 재무구조
다만, 관세 전가 쉽지 않아 가격 인상해도 '수익성' 우려
2025-06-16 06:00:00 2025-06-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2일 10: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기아(000270)가 전동화·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이라는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며 재무적으로 뚜렷한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부과 정책이 중장기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하면서 향후 정부의 외교 협상력이 기아의 재무안정성과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차입금의존도 ‘마이너스’…신용등급 ‘AAA’ 유지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자동차 전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동화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AAA/안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기아의 부채비율은 71.9%, 순차입금의존도는 –20.8%로, 총차입금(3.1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23.1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고마진 차량 중심의 ‘판매 믹스’ 전략이 실적 방어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트림(D세그먼트 이상 SUV 및 세단 등) 비중은 2019년 53.5%에서 올 1분기 75.5%까지 상승해 글로벌 평균인 59.1%를 크게 상회했다. 이 덕분에 기아는 올 1분기에도 10.7%의 EBIT 마진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기아의 재무건전성 역시 눈에 띄게 안정적이다. 지난해 기준 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은 11.5조원으로 대규모 투자에도 자금조달에 큰 무리가 없는 상태다. 전동화 전환과 SDV 개발, 조지아 및 화성공장 투자 등으로 향후 연간 9.5조원 규모의 투자가 예상되지만, 현금성자산 등 유동성 자원으로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기아는 특히 현대차(005380)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워트레인에 걸쳐 균형 잡힌 제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에서의 글로벌 점유율은 각각 3위, 2위 수준이며, 내연기관 판매 또한 글로벌 3위에 올라 있다. 현대차와 공동으로 플랫폼과 연구개발을 공유하는 체제를 통해 생산 효율성과 비용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둔화, 수요 위축,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의 매출은 107조4488억원, 당기순이익은 9조7750억원에 달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28조175억원, 당기순이익 2조3926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26조2129억원, 당기순이익 2조8091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관세에 차량 가격 인상도 ‘검토’
 
하지만 이러한 실적 방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중장기적인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인용하며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에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IEEPA는 미국 대통령이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에 맞서 경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대통령에게 폭넓은 권한을 주는 법이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 및 부품에 지난달 2일부터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기아와 현대차의 미국 내 판매 대비 생산 비율은 42%에 불과해 완성차 기업 가운데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은 편이다. 미국 정부는 관세를 통해 외국 자동차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이에 응하며 미국 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해 조지아에 위치한 메타플랜트 생산능력(CAPA)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조지아 메타플랜트는 현재 월 1만대 가량의 차량을 생산 중이며 연간 30만대에서 최종 50만대까지 점진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타플랜트 외 기존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CAPA) 70만대를 더하면 미국에서 120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생산 대비 판매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기아의 미국 관세 회피 여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라인 가동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 회피가 어려운 데다 판매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를 전가할 수 있는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차량 가격 인상에 민감하다는 점과 기아차를 대체할 선택지가 많은 현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이 수익성 저하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 한 자동차전문 연구원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중기적으로 기아의 수익성은 현재보다 저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격 인상과 관련해 기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확정된 바는 없지만 논의는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결국 관건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고관세가 지속돼 가격을 인상할 경우 기아의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외교 협상력과 관세 완화 여부가 기아의 미래 수익성과 직결될 수 있는 셈이다.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의 대미 통상외교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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