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유례없는 세 건의 특별검사법이 한날한시에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3대 특검법'을 의결하며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약속했습니다. 특검에는 총 577명에 달하는 대규모 수사 인력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일각에선 대규모 특검이 검찰 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관건은 인선입니다. 다만 복잡한 요건과 장기간 겸직 제한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인선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역대급 특검 출범…내란종식 방점
이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두 번째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등 이른바 '3대 특검법안'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공포하는 첫 법률입니다. 세 특검법안은 이 대통령의 재가와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공포됩니다. 특검 추첨과 특검팀 구성 역시 조만간 이뤄집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 정부에서 이미 여러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법이란 점에서 현재 내각 구성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심의를 거쳤고 의결에 이르렀다"며 "1호 법안을 3개 특검법안으로 심의·의결한 건 지난 대선을 통해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했습니다.
전례 없는 메머드급 특검입니다. 최대 267명이 참여하는 내란 특검의 규모가 가장 큽니다. 특검 1명 특검보를 6명까지 둘 수있는데, 여기에 파견 검사 60명, 파견 공무원 100명, 특별수사관 100명이 투입됩니다. 총 105명이 참여했던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과 비교해 2.5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김건희 특검에 투입되는 인력은 205명입니다. 특검 1명에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이 투입됩니다. 채상병 특검은 105명 규모로, 특검 1명,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파견공무원 40명, 특별수사관 40명입니다.
특수통 의존 땐 '검찰개혁 좌초' 우려
역대급 특검의 명분은 '내란 종식'입니다.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취임사에서도 "국민이 맡긴 권력을 왜곡하는 내란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의 칼이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검찰권 제한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특히 문재인정부 때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추진하며 개혁의 고삐를 단단히 쥐었습니다.
당시 박근혜씨 탄핵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앞서 윤씨를 비롯한 특수통(반부패수사부 소속 검사)에게 적폐청산의 칼자루를 쥐여줬습니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기 인사들과 법관들까지 모두 수사하는 등 강한 권력을 쥐게 됐습니다. 결국 개혁 대상인 검찰의 힘이 오히려 강해졌고,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은 수사권 일부 축소에 그쳐야 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은 검찰 소속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특검도 검사인데요. 세 특검의 수사 인원은 최대 577명에 달합니다. 파견 검사만 120명에 특별 수사관·파견 공무원이 440명입니다. 총 수사 인원은 550여 명 규모의 인천지검과 비슷합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특검 투입이 검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특수통 출신 오광수 변호사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며 문재인정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두 번째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내란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 이른바 '3대 특검법안'을 최종 의결했다. 사진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 대통령 모습.(사진=뉴시스)
특검 인선 난항 예상
양날의 칼인 3대 특검법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인선이 관건입니다. 특검은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경력이 있어야 하며, 정당 가입 이력이 없어야 합니다. 또한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영리 행위와 겸직도 불가능합니다. 여기에 판결 확정, 보고서 작성, 퇴직까지 최소 2~3년, 길게는 5년 넘게 걸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2월 출범한 국정농단 특검은 2021년 7월 박영수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되어 사의를 표명한 이후, 관련 사건을 관할 검찰청 검사장에게 이관했습니다. 4년 8개월 만입니다.
특검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추천을 거쳐 각각 11일(내란·김건희 특검), 12일(채상병 특검) 이내 임명돼야 합니다. 직전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은 추천권이 없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윤곽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앞서 국정농단 특검은 법안 공포 후 8일 뒤 박영수 특검이 임명됐습니다.
다만 역대급 규모라는 책임감과 복잡한 요건, 겸직이 제한된다는 부담 등으로 인선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특검 특성상 겸직이 안 되고 종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인선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 공감한다"며 난색을 표하면서도 "선출되지 않은 세력의 국정농단을 척결하는 등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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