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차명재산 논란…시작부터 인사검증 '오작동'
법무부 산하 인사검증단 폐지…"최종 결정은 결국 대통령"
문재인정부 7개 인사 기준 마련…"투명한 시스템 전환해야"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자료 국회 제출 의무화 등 도입 필요
2025-06-10 17:25:43 2025-06-10 17:25:43
[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이재명정부의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인 오광수 수석이 검찰 재직 시절 아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이를 누락, 고의성 논란까지 덮쳤습니다. 민정수석은 정부 전체의 공직 기강을 유지하고 고위 공직자의 인사검증을 책임져야 하는데요.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자질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실의 '인사검증'이 오작동했다는 우려가 쏟아지는데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 초기의 인사검증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인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수석.(사진=뉴시스)
 
잇단 '불법 의혹'에도대통령실 '임명 강행'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수석의 아내인 홍모씨는 지난 2005년 오 수석의 친구인 A씨에게 경기도 화성시 신동의 토지와 건물을 팔았습니다. 이때 매매는 통상적 방식이 아닌 '부동산 명의신탁'으로 이뤄졌습니다. A씨는 오 수석의 성균관대 법학과 동문인데요.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은 불법입니다.
 
홍씨는 2007년 A씨와 '홍씨가 요구할 경우 부동산 소유권을 홍씨에게 돌려주기로 했다'라는 각서도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부동산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다툼이 발생한 겁니다. 
 
홍씨는 2020년 A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홍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홍씨가 A씨에게 부동산 명의신탁 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하고 신탁계약 자체를 무효화한 겁니다. 결국 소유권은 홍씨에게 다시 돌아왔고, 현재는 오 수석의 아들에게 증여된 상황입니다.
 
오 수석은 2012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2015년까지 재산 공개 대상이 됐는데, 해당 부동산을 재산 공개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고위공직자가 재산을 신탁할 경우 이 사실을 공개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까지 있는 셈입니다.
 
소송의 시기도 해당 의혹을 키웁니다. 2007년 명의신탁 후 부동산 소유권 다툼이 발생했지만, 오 수석 측이 소송을 제기한 건 검찰에서 퇴직한 이후인 2020년입니다. 사실상 재산 공개를 피해 일부 재산을 은닉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오 수석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과거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뒤돌아보면 허물이 많다"며 "국정에 차질이 없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자진사퇴' 등의 조치는 없다고 못 박은 겁니다. 
 
대통령실도 오 수석 체제로 가겠다는 입장을 굳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의혹을) 언론에서 접했고, 본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갈음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개회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석급 인선, 대통령이 직접 결정"…여당 내부서도 "부실 검증"
 
오 수석의 이 같은 논란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정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민정수석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릴 당시부터 범여권 내에서는 '검찰 특수통' 출신인 오 수석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를 만나 오 수석 임명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오 수석 임명에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오 수석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기능 부재가 확인됐습니다. 통상적으로 인사 검증 대상자들은 소송·고소 여부를 밝히는 것이 기본인데요. 기본적 내용조차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입니다.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민정수석실 산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진행합니다. 하지만 인수위없이 출범한 이재명정부에서는 민정수석과 공직기강비서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인사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이번 인사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검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정부 시절 인사검증 기능을 담당한 법무부 인사검증단을 폐지하고 구성이 완료되지 않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검증을 진행한 겁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인사 책임자는 '인사위원장'으로 있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면서도 "정부 초기인 데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단계라 수석급 인선은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사 검증 기능이 오작동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집니다. 한 여당 의원은 "당내에서 특수통 출신인 오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들이 퍼져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의원은 "법무부 검증단도 움직이지 않았고, (초기다 보니) 한계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수위 없는 출범이라 할지라도 속도보다는 신뢰와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병역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연구 부정 △음주운전 △성범죄 등 '7대 비리'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는 배제하겠다는 인사 검증 기준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정 정상화'는 과거의 관행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신뢰받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해야 한다"면서 "대통령 1인의 판단이 아니라 국민의 기준이 작동하는 인사 시스템을 통해 민주적 국정운영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증 기준과 평가 항목 공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자료 국회 제출 의무화 △국무위원·독립기관장 임명 국회 동의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인사검증 개편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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