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구분짓기와 연결하기
2025-06-11 07:47:52 2025-06-11 07:49:11
우리는 사회를 통해 구분짓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란다. 유아기에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는 다음 중 같은 것을 고르시오.’ 또는 다음 중 다른 것을 고르시오와 같은 같은 종과 다른 종을 구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호랑이, 사자, 곰과 상어가 제시되어 있으면 같은 것은 어떤 것이고, 다른 것은 어떤 것인지를 유추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식별하는 것을 배운다. 이러한 식별법은 같은 특성을 가진 대상으로 대상을 추상화하여 대상에 대한 대응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생존기술이기도 하고, 추상적 추론에 대한 연습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지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추론방법에는 중요한 결함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호랑이, 사자, 사슴과 상어가 제시되어 있으면 육상동물과 해상동물이라는 구분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포식자와 포식대상(사슴)이라는 구분이 가능하기도 하다. 빠른 인식능력에는 불행히도 댓가가 따른다. 대상의 특성에 대한 추상화를 통해 대상을 쉽게 파악할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의 특성에 대해서는 무시하게 만드는 측면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인식능력 중 프레이밍이 가지고 있는 상쇄적 특성이기도 하다.
 
구분방법 중 가장 위험한 판단오류를 불러일으키는 인식 중 하나는 우리우리가 아닌 것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로 인식되는 내부집단(in-group)에 대해서는 나와 특성을 공유한다는 믿음 때문에 일반적으로 호의적으로 반응하여 대응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사람의 외양을 판단할 때, 우리는 나와 비슷한 외양의 특성을 가진 유사한 대상에 대해 더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외양이 아니라 그 사람의 주장이나 사회적 지위와 같은 단서에 대해 반응할 때에도 같은 경향을 갖는다. 실제로 외양, 주장, 사회적 지위단서와 같은 것을 통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내부집단 편견(in-group bias)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 나아가 우리라고 인식한 집단에 대해서는 그 집단에서 탈락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특성이나 신념, 행동을 수정하는 것을 통해 내부집단의 소속감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집단 내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더 안전하고, 생존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경우, 특성, 신념, 행동에 대한 다양성이 무시되거나 말살되어 지고,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이 치뤄야 하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진다는 측면에서 때로는 병리적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다양성이 유지되는 것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집단적 혁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집단 전체의 생존가능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20세기의 표준화에 의한 효율성이 이러한 측면을 더 강화해 효율적 사회를 구축했다면, 21세기 사회의 경쟁력은 더 세분화된 집단과 개인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유연성과 탄력성을 키우는 것에 있을 것이다.
 
구분짖기는 쉽게 피아를 식별하여 또는 대상의 차이를 식별하여 행동적 대응을 쉽게 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이지만, 일정한 수준 이상이 되면 생산성 확장에는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을 통한 혁신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찰을 우리 서비스 산업에 대응해 본다면, 기업활동에 대한 태도와 기업활동 추구에 대한 신념, 경제 시스템의 역할에 대한 믿음, 더 작게는 인적활동인 서비스 업태에 대한 구분과 같은 것들은 해당 행위 중 우리것이 아닌 것들을 쉽게 식별하고, 그 행태를 규제하겠다는 관점에서는 유용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서비스 욕구를 개발하여 혁신적 발전을 꾀하는데에는 장애가 된다. 혁신은 다양한 요소들을 연결하여, 그 연결결과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발전의 디딤돌로 삼을 때 비로서 가능해 진다. 대상을 구분지어서 쉽게 대응책을 모색하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대상 간의 연결점을 찾고, 연결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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