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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30일 15: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HJ중공업(097230)과 KAI(
한국항공우주(047810))가 고속상륙정 내 핵심 부품인 iCAMS(통합기관제어장치, 이하 통합제어장치) 국산화를 통해 고속상륙정 수출 경쟁력을 강화한다. 그동안 투자 대비 수익이 적어 통합제어장치 국산화가 지연됐다. 그러나 고속상륙정 수요가 늘며 경제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통합제어장치 국산화에 앞서 시뮬레이터 납품 등 선행 단계가 진행 중이라 두 회사의 국산화 개발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SF-II 고속상륙정(사진=HJ중공업)
핵심장비 국산화 '잰걸음'
3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과 KAI는 고속상륙정 배치-II(2세대)의 핵심 부품인 통합제어장치 국산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앞으로 고속상륙정의 핵심 장치 중 하나인 통합제어장치를 공동으로 개발함으로써 향후 고속상륙정의 완전 국산화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고속상륙정 통합제어장치 판매는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 이에 고속상륙함에 통합제어장치를 탑재하려면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장치를 구매해야 한다. 사실상 미국의 허가에 고속상륙정 건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통합제어장치의 독점은 여러 불편으로 이어진다. 우선 미국의 판매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고속상륙정의 건조 기간이 늘어난다. 또한 미국의 기술자만 통합제어장치를 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는 무기체계의 핵심인 가동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동률은 무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시간을 측정하는 척도로, 수리 기간이 길어지면 무기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가동률이 떨어진다. 가동률이 높은 무기체계일수록 성능이나 유지보수 능력을 인정받는 셈이므로 수출에 유리하다.
또한 핵심 장치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면 비용 증가 문제도 피할 수 없다. 통합제어장치 가격은 판매 주체인 미국이 정해기 때문에 국산 고속상륙정 가격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수출 시 가격 경쟁력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이를 자율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장치는 금액적인 측면뿐 아니라 시간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셈이다.
국산화가 진행되면 두 회사 모두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고속상륙정을 수출하는 HJ중공업은 상륙정 수출 시 가격 결정권이 강해지기 때문에 수출이 유리해질 수 있고, KAI는 고속상륙정이 팔릴 때마다 통합제어장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해양방산 부문에서도 입지를 넓힐 수 있다. 가동률 측면에서도 빠른 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절약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합제어장치의 국산화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 운영 중인 고속상륙정의 퇴역시기와 차세대 고속상륙정 도입이 겹치는 2030년 이후가 국산화 시기로 점쳐진다.
수요 증가 기대감…국산화 ‘탄력’
그동안 고속상륙정 통합제어장치 국산화가 더뎠던 배경에는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이 있다. 고속상륙정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 국산화에 따른 수익성 증가 등 경제성도 높아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수요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고속상륙정의 주 고객인 우리 군이 안정적으로 고속상륙정을 운영하고 있었던 점도 추가 수요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이다.
다만, 고속상륙정의 퇴역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국산화에 따른 경제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이 국산화된 부품을 우선구매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향후 퇴역시기에 맞춰 통합제어장치 국산화가 완성될 경우 차기 고속상륙정에는 국산화된 통합제어장치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인 재무장 움직임에 고속상륙정 등 방산 물자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HJ중공업은 해외 특수선 수출 시장에 다시 진입하기 위해 해외 방산 네트워크를 확장 중이다. 고속상륙정의 핵심 부품이 국산화될 경우 가격을 보다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현재 통합제어장치 국산화를 위한 첫 단계로 시뮬레이터(모의훈련장치) 개발이 선행된다. KAI는 앞서 1세대 고속상륙정 시뮬레이터를 해군에 납품한 바 있고, HJ중공업과 함께 2세대 고속상륙정 시뮬레이터를 개발한다. 시뮬레이터는 실제 고속상륙정 운영 환경과 흡사하게 제작됐기 때문에 통합제어장치 개발 알고리즘을 확보할 수 있어 실제 통합제어장치 개발에 도움이 된다.
HJ중공업 측은 향후 고속상륙정 국산화의 효과 등을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핵심 부품 국산화가 이뤄질 경우 납기 단축뿐 아니라 비용적 측면에서도 자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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