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삼성SDI(006400)가 최근 유상증자로 확보한 1조6500억원의 자금을 미국과 유럽 배터리 공장 증설에 투입합니다. 이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후를 내다보고 시장 회복기를 대비하는 선제적 투자로 풀이됩니다.
삼성SDI 헝가리법인 전경. (사진=삼성SDI)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27~28일까지 유상증자 일반 공모 청약에서 단수주(1주 미만 주식) 총4만736주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습니다. 앞선 21일부터 22일까지는 우리사주조합 및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발행 예정 물량인 총 1182만1000주를 모두 판매했습니다. 유증을 통해 확보한 신규 자금은 이달 30일 유입됩니다.
삼성SDI는 신규 자금 중 9047억원을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위치한 제너럴모터스(GM)와의 배터리 합작공장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 공장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건설 중이며, 초기 연산 규모는 27GWh(기가와트시)입니다. 향후 36GWh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해당 공장에서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이를 향후 GM 전기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GM은 28일(현지시각) 내연기관 엔진 생산 증대를 위해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토나완다 엔진 공장에 8억88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차 판매 속도 조절에 나섰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투자 계획으로 볼 때 GM의 속도조절이 뉴칼라일 공장 양산 시기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삼성SDI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북쪽 괴드시에 위치한 헝가리공장 증설에도 3961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1공장은 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아서 넣는 스태킹 방식의 생산시설로 개조하고, 2공장은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자금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번 투자는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EU는 2025~2027년 생산하는 신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km당 93.6g으로 규제했습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내 전기차 인도량은 89만8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했습니다. 현재 삼성SDI의 헝가리공장은 약 40GWh의 연간 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준중형차 전기차 60만대에 탑재할 배터리 생산 능력입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차전지 투자는 지금 당장의 수요가 아닌 최소 2~3년의 긴 호흡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유럽 등에 투자는 2027~2028년 이후 전기차 시장 회복기를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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