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여전히 '비관적'…반도체도 타격 '불가피'
기업심리, 지난해 11월 수준 '회복'
석 달째 반등했으나 장기 평균 밑돌아
미 상호 관세 '유예' 영향 '단기적'
수출 부진…사실상 반도체만 '버팀목'
미·중 대립발 이원화·중 반도체 위협
2025-05-28 16:56:29 2025-05-28 16:56:29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기업심리가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비관적'입니다. 올해 3월 이후 석 달째 반등하는 모습이나 장기 평균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영향은 단기적 호재에 불과한 데다, 수출 난관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흑자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버팀목이 되고 있지만 미·중 대립발에 따른 공급망 이원화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가속이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지난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유예 단기 호재에도…장기적 '먹구름'
 
28일 한국은행의 '5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한 90.7로 집계됐습니다. CBSI는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92.5) 이후 최고치로 석 달째 반등한 모습입니다. 이달 상승 폭도 코로나19 해제 때인 지난 2023년 5월(+6.0p)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습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CBSI가 자금 사정(1.3포인트)·업황(1.1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1.6포인트 오르면서 94.7 지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87.1까지 추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큰 수준입니다.
 
비제조업 CBSI도 자금 사정(1.0포인트)·채산성(1.0포인트) 등의 개선으로 3.6포인트 오르면서 88.1 지수를 기록했습니다. 다음 달 전망 CBSI도 87.1로 전월에 비해 3.3포인트 상승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산업(89.5), 제조업(93.1), 비제조업(87.1) 모두 이달 지수보다 3.2포인트, 3.1포인트, 3.3포인트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산업의 CBSI가 기준값인 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의 주요 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지표입니다. 2003년 1월~2024년 12월 장기 평균치를 기준값(100)으로 100보다 크면 '낙관적'이며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즉, 낙관적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반등 요인은 미국 관세 유예가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지만 '단기적 호재'에 불과하다는 분석입니다. 
 
이달 수출 실적을 보면, 반도체·선박을 제외한 전체 수출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최근 관세청이 잠정 집계한 5월 1~2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5월 중순까지 수출은 32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반도체는 5월 중순까지 17.3%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비중도 3.8%포인트 증가한 2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박은 0.1% 증가세를 기록 중입니다. 나머지 승용차(-6.3%), 석유제품(-24.1%), 자동차 부품(-10.7%) 등 8개 품목의 수출은 줄었습니다.
 
더욱이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BSI 지수를 보면, 5월 중 실적은 73으로 전월보다 5포인트 상승한 데 불과합니다. 다음 달 전망도 기준값보다 낮은 71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조업들의 경영애로사항으로는 내수 부진이 전월에 비해 2.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수출 부진은 뒤를 이었습니다. 비제조업에서는 경쟁 심화가 전월에 비해 1.7%포인트 상승한 반면, 불확실한 경제상황 비중은 전월에 비해 3.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달 경제심리지수(ESI)도 전월에 비해 4.7포인트 상승한 92.2를 기록했으나 계절·불규칙 변동을 제거해 산출한 순환변동치는 88.1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8일 한국은행의 '5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한 90.7로 집계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만 버팀목인데…타격 우려
 
문제는 수출 버팀목 역할하고 있는 K-반도체의 앞날입니다. 미·중 반도체 공급망 분절화와 7나노(nm) 공정을 상용화한 중국의 기술력이 첨단 노광장비(EUV) 개발까지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는 세계 제1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가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으며 네덜란드·일본에도 동참을 압박, 수출 금지·제한된 상황입니다.
 
지난 22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카스파르 펠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만난 회담 내용에도 네덜란드 측의 반도체 관련 수출 통제 완화가 담겼습니다.
 
김미승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7nm 공정을 상용화한 데 이어 첨단 EUV 개발까지 성공할 경우 장비-제조-설계-후공정 등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유일 국가로 부상할 소지가 있다"며 "최근 고급 반도체에 속하는 7나노에서의 수율이 약 50%까지 제고되고 EUV 개발이 최첨단 5나노 반도체 양산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미·중 대립발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가 가속화되며 글로벌 공급망 이원화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동참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전체 수요의 약 65%에 달하는 7나노 이상의 반도체(레거시 포함)를 자체 생산하면서 양방향 리스크에 직면할 우려"라며 "참고로 최근 3년 평균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전체 반도체 수출의 54%에 달한다. 경상흑자에도 막대한 영향(비중 126%)을 미침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제품과 서비스 창출과 관련한 445개 과제에 올해 4787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에 '반도체 쿼츠'가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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