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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이하
큐캐피탈(016600))가
초록뱀미디어(047820)의 경영 정상화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거래소는 초록뱀미디어에 대한 거래정지를 해제하며, 지난 3일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주력 사업인 드라마 제작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며 추가 자금 투입 없이는 엑시트(투자 회수) 준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1개월만에 거래 재개…정상화 첫걸음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초록뱀미디어의 거래 재개를 결정했다. 지난 2023년 6월28일 거래 정지 이후 약 21개월 만이다.
(사진=초록뱀미디어)
초록뱀미디어는 원영식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조세,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2023년 10월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를 의결했으나, 2024년 1월 12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이후 대주주 변경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며 거래 재개 조건을 충족했다.
초록뱀미디어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거래 재개를 위해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와 경영투명성 회복, 비핵심자산 정리를 포함한 재무건전성 강화 등 한국거래소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했다”라며 “향후 기업경영의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며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상생을 위한 책임경영의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씨티프라퍼티(구 초록뱀컴퍼니)는 보유했던 초록뱀미디어 주식 961만6975주(39.33%)를 큐캐피탈의 ‘2021 큐씨피 제15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1800억원에 양도했다. 이에 따라 큐캐피탈은 지난해 11월29일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최소 2년간 의무보유를 약속했다. 이 기간 동안 수익성 개선과 경영 정상화가 엑시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초록뱀미디어보다 큐캐피탈의 전략에 쏠린다. ‘펜트하우스 시리즈’와 ‘나의 해방일지’ 등 화제작을 제작한 초록뱀미디어는 수년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자금 투입이 필수라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지난달 26일 총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발행키로 했다. 11회차·12회차 각각 200억원, 300억원 규모로 발행되며 이자율은 표면 4%, 만기 8%로 결정됐다.
최대주주인 큐캐피탈은 이번 발행되는 CB 전액을 초록뱀미디어 인수에 활용한 블라인드펀드 '2021큐씨피제15호' 자금으로 인수한다. 초록뱀미디어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 CB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사업구조로는 인수 이후에 추가적인 자금이 투입됐다고 할 수 있다. 초록뱀미디어의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보유현금성자산 규모는 539억원으로 CB와 맞먹는 규모다. 이처럼 보유현금에 필적하는 자금을 충원하는 이유는 드라마 제작비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민하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최근 2~3년 사이 드라마 제작비가 평균 1.5배에서 2배 상승했다"라며 "5년 전에는 회당 제작비가 평균 5~6억원 선이었는데 현재는 회당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이상까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경우 구체적인 제작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촬영 세트장 등 총 제작비가 6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초록뱀미디어가 중형급 이상의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선 추가 자금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큐캐피탈은 장기 투자로 유명한 사모펀드다. 앞서 영풍제지의 건의 경우 인수 후 엑시트까지 7년, 치킨 프랜차이즈 노랑통닭의 운영사 노랑푸드도 2020년 인수한 뒤 5년이 지났다. 이에 초록뱀미디어의 경영정상화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CB 발행에는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사채권자의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은 발행 18개월 후부터 행사 가능하며, 6개월 내 거래 재개 실패 시 연복리 10%를 가산한 조기상환 조항이 포함됐다.그러나 거래가 이미 재개된 상태라 실제 효력은 크지 않다.
결과적으로 큐캐피탈의 엑시트는 인수 기업 초록뱀미디어의 정상화와 경쟁력 확보에 달렸다. 앞서 초록뱀미디어는 지낸해 연결기준 실적에서 15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12.8% 감소한 2103억원을 기록했다. 주력사업인 드라마 제작 부진과 이전 경영진이 무리하게 인수한 외식사업부의 실적 저조가 원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방만했던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전 초록뱀미디어 오너와 경영진은 주력사업보다는 타회사 지분 취득과 이에 따른 처분 수익에 더 집중했고, 이는 사법 리스크로 이어졌다"라며 "다소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한편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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