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박병무
엔씨소프트(036570) 공동대표가 혁신의 상징이던 옛 모습을 되찾겠다고 26일 주주에게 약속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날 판교 사옥에서 열린 28기 주주총회에 의장으로 나와, 저조한 실적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엔씨는 지난해 연간 매출 1조5781억원에 영업손실 109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가 26일 판교 R&D센터에서 제2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국내외 투자 지속
박 대표는 "영업 손실의 대부분은 작년에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발생한 비용"이라며 "만족스러운 실적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도 계속 이를 발판 삼아 더욱 강한 본래의 엔씨소프트로 거듭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엔씨는 지난해 희망퇴직과 분사 등으로 본사 인원을 기존 5000명에서 3100명으로 줄였습니다. 임원 20% 이상이 줄었고, 퇴직자는 800명이 넘습니다.
엔씨는 올해 전략으로 △운영 고도화를 통한 기존 IP(지식재산권) 경쟁력 유지 △신규 개발 및 퍼블리싱 작품의 게임성 극대화 △신규 투자 및 M&A(인수합병)로 장르별 클러스터 구축 △퍼블리싱 역량 강화를 위한 인재 확충 및 개발사 협업 확대 등을 추진합니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엔씨의 본모습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박 대표는 예전 엔씨에 대해 "출시되는 게임마다 기술적인 혁신을 보여줬던 기술력의 회사였고, 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유저들과 긴밀히 소통했다"며 "재미있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전체 직원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 왔었다"고 돌아봤습니다.
이어 "지난 몇 해 동안 이러한 과거의 모습들이 많이 약해졌다고 판단하고 전 경영진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2025년에는 과거의 엔씨소프트로 돌아가서 엔씨가 가장 잘했던, 엔씨가 그동안 지켜왔던 기본을 찾고, 기본을 견고히 실행할 수 있는 주제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엔씨는 지난해 국내외 게임사에 투자해 신작 서브컬처와 슈터 게임 판권을 확보했습니다. 국내 회사 미스틸게임즈의 슈터 '타임 테이커즈', 빅게임스튜디오의 서브컬처 장르 신작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폴란드 개발사 버추얼 알케미의 전략 RPG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 스웨덴 문 로버 게임즈의 협동 FPS '프로젝트 올더스' 등입니다.
엔씨는 퍼스트스파크 게임즈, 빅파이어 게임즈, 루디우스 게임즈 등 개발 스튜디오 세 곳을 분사하고 슈터 'LLL'과 전략 게임 '택탄'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게임 경쟁력 확보에 대해 "또 다른 장르들은 M&A를 통해 큰 클러스터를 형성하려 한다"며 "지난해 북미 지역 리더십 확충에 이어, 올해는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의 리더십 확충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사진=엔씨소프트)
"능력 있지만 소외된 사람 발굴"
이날 박 대표는 게임과 개발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박 대표는 "게임에 돈을 십일조 수준으로 쓰고 있다"며 "제 휴대전화를 보시면 알고리즘으로 뜨는 게 다 게임 유튜버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회사 임직원과의 식사에서 90퍼센트는 게임 개발자들과 한다"며 "(리니지M 등의) 리부트 월드를 내는 것도 상의하면서, 어떻게 내는 게 기존 유저들한테도 덜 욕 먹고 신규 복귀 유저들도 만족할 수 있겠는지, 이건 유저의 입장에서 그다음에 제3자적 입장에서 계속 서로 디스커션(토론)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대교체의 기준은 나이가 아닌 생각과 능력이라는 소신도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굉장히 나이 드신 분도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젊은 사람도 굉장히 꼰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나이 든 사람 중에 능력이 있지만 소외됐던 사람들을 발굴해 내는 게 저와 구현범 부사장의 남은 최대의 과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개의 개발 스튜디오를 분사한 이유도 그런(리니지 등) 영향을 받지 말고 과감하게 창의력을 가지고 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야구단 엔씨 다이노스에 대해서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엔씨는 2027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0%를 현금 배당합니다. 지난달에는 127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고 이달 24일 소각을 마쳤습니다. 향후 재무 성과 개선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합니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 등 네 개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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