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1년 새 시가총액이 반토막 나는 등 포스코홀딩스의 시장 평가가 흔들리게 된 데에는 철강 사업의 '기후 리스크'가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포스코의 탄소 감축 목표가 최하위 등급을 받은 데다, 기후·환경 등의 이유로 투자를 배제한 기관도 늘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으로 꼽히는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투자도 재무 부담 요소로 지목되는 등 기후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8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4년 말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전년보다 57%(원화 기준 -49%) 하락했다. (출처=기후솔루션)
시총 반토막…기후 리스크
18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4년 말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전년보다 57%(원화 기준 -49%) 추락했습니다. 이는 바오우철강·아르셀로미탈·닛폰스틸·누코 등 전 세계 상장 철강사 중 가장 큰 하락률입니다.
하락률이 큰 배경에는 철강 사업의 기후 리스크를 꼽았습니다. 자회사 포스코의 철강 사업은 포스코홀딩스 전체 영업이익 중 약 70%를 차지하는 중요 수입원입니다.
하지만 포스코가 석탄을 태워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고로'(일명 용광로) 생산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입니다. 포스코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으로 지목된 곳입니다. 지난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197만1881톤에 달합니다. 이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로드맵인 철강 생산 계획은 기존 설비 효율화에서 전기로 공정 확대,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입니다. 전기로 증설 결정에 따라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톤 규모로 6000억원을 투자(2025년말 준공)했습니다.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공정 설비 등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도 개발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현정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석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로에 대한 개수를 지속하며 탄소 감축 의지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또 탄소중립 로드맵의 핵심인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전환은 각각 원료 확보와 정부의 보조금 부족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로드맵과는 별개로 지난해 6월 약 5300억원을 투자한 고로 수명 연장 결정을 꼬집었습니다. 포항 제4고로 용광로의 성능 개선 및 설비 신예화를 위한 3차 개수 완료가 대표적입니다. 올해는 광양 제2고로 개수 공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포항 제4고로와 광양 제2고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기가와트(GW)급 하동 석탄화력발전소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경제적 합리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철강 산업의 과잉 설비는 구조화돼 있으며 포스코의 평균 가동률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수요 부진을 감안해 포항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부진한 철강 경기가 지속될 것을 전망한 포스코홀딩스는 2026년까지 2조6000억원의 현금 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박현정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강국들은 생산 설비를 집약하고 가동률을 높여 채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포스코가 이러한 경향에 역행해 수천억원을 들여 잉여 설비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18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4년 말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미국 달러 기준으로 전년보다 57%(원화 기준 -49%) 하락했다. (사진=광양제철소)
ESG 추락…삼척블루 '재무 위협'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그룹 3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입니다. 철강 부문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S&P의 ESG 종합 평가 점수를 보면, 포스코홀딩스는 2021년 76점 공개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9개 기준에서 상위 철강사들보다 낮은 43점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블룸버그 측도 포스코홀딩스가 '2050 넷제로' 목표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3년까지의 성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한 바 있습니다. 다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지난해 ESG 등급을 기존 BBB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으나 탄소 감축 목표에 대해선 여전히 최하위 등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홀딩스의 기후 리스크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투자 배제 결정으로도 이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27개 금융기관이 포스코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근거를 들었습니다. 배제 사유 중 절반가량이 기후·환경과 관련됐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2022년까지 50% 수준의 외국인 지분율도 2023년 2분기부터 급격히 하락하는 등 지난해 말 28%에 머물렀습니다.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삼척블루파워'를 지목했습니다.
강원도 삼척시에 건설된 삼척블루파워는 2100MW급 대형 석탄발전소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약 1300만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 국내 총 배출량의 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기업 가치 하락을 극복하려면 철강산업의 기후 리스크 해결과 함께 재생에너지 사업으로의 투자 전환이 필요하다"며 "석탄 기반의 고로 생산 체제를 재검토하고 전 세계적인 탄소 관세에 대응할 전략 수립, 수소환원제철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 전까지 저탄소 철강제품 공급 전략의 구체화, 삼척블루파워 사업의 지속 여부에 따른 비용 편익을 분석,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환 금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18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스탠더드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그룹 3사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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