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허은아 전 대표의 맞장토론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앞서 허 전 대표는 당내 문제를 놓고 끝장토론을 하자고 공세를 취했는데요. '회피 전략'을 앞세운 이 의원은 연일 모르쇠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 의원이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을 상대로 앞장서서 무제한 토론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1억4000만원 규모의 비교섭단체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부터 언론사 유착 논란까지 이 의원이 점점 수세에 몰리는 분위기입니다.
(사진=허은아 전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준석 "이거 돌리자"…특정 언론사에 여조 결과 전달 정황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허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과 한 언론사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허 전 대표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방 사진에선, 당시 이 의원과 이 의원 측 관계자들이 지난 2023년 10월24일에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한 정황입니다.
당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10월21~22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신당 등 3당 구도일 때 유승민·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은 17.7%로, 윤석열 신당의 지지율(14.2%)보다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였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해당 대화방에서 이 의원은 "이거 돌리자. 윤석열 신당보다 세다고"라며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라고 지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오늘 김현정(의 뉴스쇼)에 조정훈 나와서 이준석 신당 드립칠 테니 개소리 못 하게 제작진에 넣어줘라, 저거(여론조사 결과)"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조정훈한테 컬트 정당이 뭔지 물어보라고 해야지"라며 해당 언론사 제작진에게 자신이 궁금한 질문을 전달하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당시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해당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공개됐습니다.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는 "지금 여론조사 결과 하나를 밖에서 써줬는데 지금 막 나온 여론조사"라며 여론조사 결과 수치를 소개했습니다.
이에 허 전 대표는 "'이준석 부정부패 의혹' 전수 조사 과정에서, 과거에도 유사한 언론 유착 의심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진행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제작진에게 개입한 의혹이다. 이 의원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그는 "언론 유착 의혹에 대해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입장을 밝히라"며 "공개 토론에 응하라"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원금 부당 지출 의혹도…허은아 "공개토론 하자" 거듭 압박
이 의원은 언론사 유착 외에도 여러 의혹에 휩싸여있습니다. 공개 입찰 공지와 당대표 승인 없이 특정 정치컨설팅업체에 5500만원 부당 지출, 특정 정치 평론가에게 연구 용역 발주 의혹이 대표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총 1억4000만원 규모의 비교섭단체 정책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여기에 월 1100만원가량의 당 홈페이지 운영비 부당 지출 의혹도 있습니다. 허 전 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이 의원의 조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허 전 대표는 지난 12일 이 의원을 향해 당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지만, 이 의원은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날 이 의원이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1억4000만원의 정책지원금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선 공개 입찰을 해야 된다는 규정은 없다는 이유로 반박에 나섰는데요. 다만 허 전 대표의 공개 토론 제안에 응할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공개 토론을 즐기는 이 의원의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행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그동안 이 의원은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입장이 다른 사안이 있다면, 토론을 통해 해결하려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실제 장애인의 이동권 현안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토론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이 의원의 정치 스타일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극우 인사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서면서 더 나아가 공개 토론까지 제안했는데요. 이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제한 토론을) 언론사가 어느 시간대에 편성해도 좋다. 새벽 3시 편성도 좋다"며 황교안 전 대표, 민경욱 전 의원, 전한길씨를 상대로 무제한 공개 토론을 요청했습니다. 이 의원이 부정선거 현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반론에 나선 반면, 개혁신당 내 문제에 대해선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허 전 대표는 이날 대선후보 릴레이 검증플랫폼 '엑스(X)'를 개설하면서 이 의원을 첫 검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허 전 대표는 "당내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선관위·권익위·검찰에의 공익제보에 나선 저희는, 이곳을 주요 정치인에 대한 공익제보를 받는 플랫폼으로도 활용해 깨끗한 정치 문화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라며 이 의원에 대한 검증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박주용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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