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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때문에 못 살겠다는 말이 익숙해졌는데도 생필품과 외식물가 소식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서 손에 든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일상적이다. 그 흔한 사과 한 알도 가격이 비싸다. 흠집 있는 '못난이 사과'도 귀하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과자와 음료, 치킨, 생필품, 화장품 할 것 없이 가격 인상이 또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나 팜유, 인스턴트나 저가 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등 원재료를 수입해 생산하는 품목의 인상 폭이 크다고 한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상품의 가격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영세한 외식업자 판매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영세 사업자는 고용 없는 1인 사업체가 상당수고 식품 대기업과 같이 비용 절감을 위한 식자재 대량 구매와 생산 자동화 설비 등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영세 사업자는 생산원가 상승을 소비자가격에 이전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생필품 가격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주요 가공식품의 70% 수준이 전년과 비교해 가격이 상승했다. 주요 가공식품 175개 품목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3.9%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물가안정 목표치 대비 약 2배 정도 높았다. 생필품 가격 상승세는 생산자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 반영된다.
물가가 올랐는데 월급도 올랐을까. 오르긴 했지만 실소득은 줄었다. 작년 소비자물가는 2.3% 올랐는데, 올해 최저임금의 경우 1.7% 인상됐을 뿐이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4332만원으로 전년보다 2.8% 늘어난 반면,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했다. 소득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 그만큼 실질소득은 감소한다.
중산·서민의 소득 감소는 더 심각하다. 소득 양극화 심화로 중산·서민의 소득은 줄었는데 최상층은 소득이 증가하면서 '평균의 왜곡'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와 고금리도 중산·서민들의 실소득을 갉아먹는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는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다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대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수 경기를 침체시키고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불러온다.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 돌입했다. 상황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탄핵정국과 미국의 관세 인상 등 대내외 악재를 자세히 감시하고 소비와 설비 투자 흐름도 철저히 분석해 서둘러 실효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도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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