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수위기상황, 유통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2025-02-07 06:00:00 2025-02-11 15:24:51
연초부터 내수소비시장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내수시장의 침체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소비심리 역시 위축되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동향지수는 2024년 12월 88.2를 기록한 이래 2025년 1월 91.2로 소폭반등되었지만 여전히 소비활동에 대해 낙관적인 상황으로 보는 소비자 세력에 비해 비관적인 상황으로 보는 소비자 세력이 더 크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러한 경우 정책적 대응은 소매유통업에 쏠리게 된다. 물가억제를 통해 가격상승 압력을 막으려 하는 정책지도를 진행하거나, 납품업체와의 거래에 대해 규제압력을 통해 사입량을 늘리고, 결제주기를 줄이는 등 시장활동에 대한 개입을 강화시키는 대응이 대표적이다. 유통업에는 이러한 시기에 고통분담이라는 명목 아래 다양한 부담이 주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유통업의 기본은 무엇인가?
 
유통업은 상업이다. 상업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껄끄럽다. 그것은 상업활동의 결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에 대비되는 다른 산업으로는 농업과 공업이 있다. 농업은 사람들에게 먹을거리인 농작물을 생산하고, 공업은 사람들에게 쓸 물건인 공산품을 생산한다. 없던 물건이 눈 앞에서 소비되어질 대상으로 확인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상업의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산지에서 생산시기에 싸게 거래되던 물건이 상업활동의 결과로 눈 앞에서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사, 공업은 생산품이 있지만, 상업은 장마당에서 이루어 지는 일, 상나라 사람이 하던 일이라는 식으로 추상화되어 진다. 그렇다면 유통업의 효율화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나의 구체적 상품, 산지의 사과와 소비자의 사과라는 생각을 가지고 본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유통업은 유지될 수 있을까? 이 상태에서 고객을 집객할 매력도를 키우고, 더 많은 상품이 상시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만들 수 있을까?
 
따라서 유통업에서 더 중요한 측면은 말 그대로 상품의 흐름을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경로(channel의 구성과 정규화가 유통업에서 더 중요한 미션이다. 사실 일회적 거래, 단기간의 거래 과정에서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일’이 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시장, 팝업 스토어와 같이 상품의 존재와 이미지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경로의 구성은 정규화되지 못하고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또는 거래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서 지속적인 자금의 확보가 가능하고, 자금의 외부 유입도 가능한 경우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작년 우리 사회는 소위 티몬-위메프 사태를 통해 그러한 경로가 얼마나 취약하고, 거래 참가자들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거래 시스템에 대해 얼마나 큰 사회적 신뢰를 훼손시키는지를 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든 거래 참가자가 있는 상태에서 ‘싸게 사는 것’이 가능한가? 결국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소비시점과 지역에서 먼 지점에 자금을 투자하여 위험을 감수하거나, 생산과 소비의 격차를 줄이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여 경로유지비용을 줄이면서도 같은 서비스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 ‘비싸게 파는 것’이 가능한가? 그건 소비자들이 원하는 부가적인 서비스를 고급화하거나, 편의성을 강화해 주어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근접성(proximity)을 강화해주는 길 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유통산업 생태계는 더욱 건강해지고, 효율적이 되어 전체 생산-소비시스템이 더 원활하게 작동하는 파이프라인, 혈관이 되게 된다. 즉 내수시장이 본원적으로 활성화된다.
 
과거 우리사회의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통자본이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거나, 소비자에 대한 접근경로를 독점하고 있던 상황에서는 시장개입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고,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보았으며, 대규모 유통자본은 같은 방식으로 나중에 손해를 벌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될 수 있는 선택지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 자본주의 시장의 성숙도를 놓고 보았을 때, 이와 같은 방식은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충분히 소비자에게 차별적 포지션을 제공하면서 더 큰 효익을 제공할 동기, 즉 시장에서의 경쟁환경을 저해하게 된다. 즉 시장에 잠재적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그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 이제는 가능한 일이 아니라,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일이 유통업 발전과 유통산업 시스템 유지에 관건이 되게 된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 거래관행에 대한 규제, 새로운 거래관행에 대한 차단은 결국 이러한 역량을 구축하는데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유통업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창의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70년대, 80년대 고안되었던 내수시장에 대한 개입주의적 접근방안은 이제 우리 시장의 성숙정도에 맞추어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기존의 내수유통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내놓았던 해결책들인, 정부가 소비시장 자체에 개입하는 것의 위험성, 거래관계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하는데 따른 비효율성의 누적, 심지어 소비자 소득에 대해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소비여력을 높이려는 실험이 갖는 효과에 대한 실증적 검증, 시장 거래 관계를 큰 규모와 작은 규모의 유통자본이 대립적 관계로 보는 시각과 같은 것들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내수시장 위기에 대한 해결방안의 단초가 마련될 것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유통업의 본질에 대해 우리가 다시 생각하여, 우리 사회 발전에 맞는 유통업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발전의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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