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더 옥죄는 정부…주택시장 안갯속
대출 규제·금리동결에 정세불안…부동산 침체 지속될 듯
전문가들, "우상향 전환 쉽지 않아"…'핀셋대출 규제' 도입 건의
2025-01-31 16:03:41 2025-01-31 17:33:03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기조에 부동산 시장은 지속적인 침체일로를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도 시장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드는데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대체로 약보합 내지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 중앙은행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당국이 경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의 지속적인 대출규제 강화 기조도 시장 침체를 더 장기화 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3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가계 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규모 금융권 대출을 통해 목돈 마련이 필수인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는 모양새입니다.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2단계 스트레스 DSR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입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단계 정책에서 25%까지만 적용되던 스트레스 금리는 3단계 시행 시 100% 적용됩니다. 또 이전과 동일한 소득이라도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고, 소득이 클수록 대출 한도 감소폭도 커집니다. 
 
이 같은 대출 규제 강화 이후 부동산 시장 거래량 등 각종 지표가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일 현재 3076건으로 집계되면서 4달 연속 3000건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올 1월 거래량은 31일 기준 1247건입니다.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하락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 중입니다. 이른바 상급지로 불리는 일부 선호단지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서울 외곽지역 자치구인 '금·관·구(금천·관악·구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뿐 아니라 연속 인하를 멈추고 동결을 결정한 기준금리와 불안정한 국내 정세도 부동산 시장 상승 전환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16일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리 동결의 원인으로는 환율 불안과 대내외 경기 불확실, 미국 금리 인하 둔화 가능성 등이 꼽힙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전문가들, 하반기에나 거래 심리 회복 예상…당분간 '약보합·하락' 흐름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초 가산금리 인하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 재개와 중도상환수수료 하향조정 등이 겹치며 주택시장 여신환경은 개선됐으나, 탄핵정국과 경기 위축과 겨울 비수기가 겹치며 냉각된 주택시장을 녹이기 제한적인 모습"이라며 "한번 움츠리기 시작한 거래시장과 매매가는 매수심리의 움직임 없이 우상향 방향전환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는데 경기 침체 속 금리 동결은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 시장 심리 악화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대내외적 변수에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약보합 내지 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규제와 고금리 지속으로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약보합 내지 하락세가 우세할 것"이라며 "그래도 올라가는 지역은 올라가고 떨어질 곳은 계속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도 지속될 것이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동안 만큼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분양 시장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송승현 대표는 "높은 대출 금리와 대출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이 지속되면서 분양시장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중도금 대출 부담으로 인해 분양 계약을 주저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수요 부진은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비인기 지역에서는 미분양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등 부동산 시장 상승을 이끌 요소들의 발현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탄핵정국 여파로 매수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1~2분기는 약세를 보이다가 정국안정 및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될 3분기 이후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현재 부동산 시장 흐름이 저점을 찍고 있는 만큼 무주택자나 내집 마련 수요자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진형 교수는 "(부동산 시장을) 저점이라고 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라고 본다"며 "부동산을 투자 수단보다는 본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쪽으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록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보다는 선별적 대출 규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동현 위원은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 가장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대출 규제 강화"라며 "그로 인해  실수요자(무주택자 및 갈아타기 1주택자)마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괄적인 대출 규제 강화로 더 이상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다주택자는 규제를 강화하고 실수요자를 대상으로는 완화하는 '핀셋대출 규제'를 빠르게 도입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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