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겹치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자산 건전성에 불확실성이 짙어졌습니다. 지급여력비율 하락 압박이 커지는 데다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보험 해지 등의 영향을 비롯해 자산건전성과 투자손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과 환율, 주가 등 시장 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는 보험사들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하락에 영향을 미치며, 채권투자 수익률을 감소시켜 운용자산 이익률을 하락하게 만듭니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외화증권의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반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 분산 비용인 환헤지 부담이 커집니다.
보험업계의 건전성 지표 흐름은 좋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은 생보사가 191.7%, 손보사가 215.6%로 전분기 대비 각각 8.3%포인트, 0.5%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금감원은 무·저해지상품 해지율 등 금융당국의 계리가정 변경 적용으로 하반기 킥스 비율이 상반기 대비 평균 20%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의 내년 보험산업 전망을 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생보사의 킥스 비율은 2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손보사의 경우도 30%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를 장기로 운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자산보다 부채의 금리 민감도가 더 큽니다. 자산 가치 증가분보다 부채 가치 증가분이 커 자본이 감소하게 됩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에도 영향을 미쳐 건전성과 수익성에 줄줄이 하락을 가져옵니다.
생보사는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이 채권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정치적 혼란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한국의 대외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채권 가격 하락과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보험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재로 작용합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일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를 열고 긴급 점검에 나섰습니다. 당국은 보험사를 포함해 전 금융업권에 공통적으로 유동성, 환율 등 위험 요인별로 비상 대응 체계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험계약이 한꺼번에 해지된다거나 하는 비상상황은 없다"면서도 "수익률을 기반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신상품 출시나 신계약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도 보험 해지율은 물론 투자손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리, 환율, 주가 등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주식 시세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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