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익구조 혁신)①카드론·연회비로 수익 한계
위험자산 늘려 신용판매 수익 부진 만회
2024-12-02 06:00:00 2024-12-02 07:59:07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이 악화하자 카드론 등 위험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보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건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고민이 깊어진 모습인데요. 카드업계 본업의 위축은 결국 소비자 혜택 축소와 민간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본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맹점 수수료 수입 매년 감소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카드(029780)·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 등 8개 카드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4990억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습니다. 업황 불황에도 실적 개선을 이뤘지만 카드사들의 고심은 커지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율 등 본입 수익은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5.81% △2020년 35.16% △2022년 31.85%△2023년 30.24% 로 매년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카드사들은 할부 수수료·카드론·연회비로 눈을 돌려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에 더불어 수수료율 부담도 갈수록 커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보전하려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대출자산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대출(카드론) 잔액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한 2021년 14조원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역대 최대 잔액을 기록했고 지난달 말 기준 4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들의 영업자산 중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에 달합니다. 결제 금액이 큰 할부 결제(25.3%)를 제외하면 일시불(23.1%) 자산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고금리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카드론이 늘어나도 카드사들은 마냥 웃을 수 없습니다. 연체율 상승에 따른 건전성 관리 문제가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1.69%로 지난해 말 1.75% 대비 0.06%포인트 크게 올랐는데요. 지난 2022년 말부터 상승곡선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카드론은 금리가 높지만 담보가 있어야 하는 은행의 신용대출과 달리, 신용카드 소지자는 별도의 서류나 심사 없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은행 대출이 힘든 중·저신용자들의 이용률이 높아 연체 등 부실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 역할도 하는지라, 연체율을 관리하겠다고 무작정 대출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카드론이 많을수록 고수익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과 동시에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관리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1.69%로 지난해 말 1.75%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사진=뉴시스)
 
소비자 혜택 축소 부작용
 
카드사들은 카드론 확대 뿐만 아니라 연회비 수익을 올리는 데도 혈안이 돼 있습니다. 혜택이 좋은 카드는 재빨리 단종시키고, 수백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 평균은 11만3225원으로 역대급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전체 카드 평균 연회비보다 63% 높아졌습니다. 현대카드는 지난 9월 대표 프리미엄 카드 6종을 재출시하면서 '더블랙' 카드의 연회비를 기존 250만원에 300만원까지 올렸습니다. 연회비 수익도 급증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1분기 연회비 수익은 3492억원입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8년 1분기 이후 최대 실적입니다.
 
카드 매출을 늘려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영업 창구를 늘리는 것이 관건입니다. 계열 금융사 고객 정보를 아무런 제휴 서비스 없이 얻기도 쉽지 않은데요. 이 때문에 각종 업권과 제휴를 맺어 카드 영업을 영위하는 방법도 많이 선택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모바일 앱 등에서 손쉽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어 인건비가 발생하는 대면 모집인이 예전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카드사가 있는 금융 계열사들이 카드 영업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에 근무하는 설계사들이 카드 영업 교육 동영상을 수강하면 다음날부터 바로 카드 영업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다만 특정 업권의 업무 쏠림이 가중되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금융계열사 간 상품판매를 중지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난 2014년 '복합점포식 영업'이라는 개념을 내놨는데요.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카드(029780) 등 3곳의 금융계열사 간 판매망을 공유한 영업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업에서 경쟁력을 찾지 못한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에 주력하면서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무이자할부, 알짜카드 등을 중단하면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본업인 신용판매 확대를 통한 민간소비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적격비용 제도의 대폭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카드론과 연회비 장사도 녹록치 않은 카드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데이터 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설치된 카드단말기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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