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노루페인트(090350) 안양공장이 안양시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안양도시공사가 노루페인트 안양공장 부지가 있는 곳에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기존 입주 기업들은 내보내려 하기 때문인데요. 이에 홍순철 노루페인트 노동조합위원장은 노동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강력 비판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노루페인트 안양공장에서 홍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연 홍 위원장은 가장 먼저 노동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박달동 공업지역 일원 입주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근로할 수 있는 환경을 한순간에 잃고 어딘가로 가야하는 입장에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노루페인트 안양공장에 에 근무하는 상근 노동자 수는 1000명입니다. 홍 위원장은 노루페인트 안양공장 노동자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3000명 정도가 안양에 자리하고 있어, 이전 시 3000명이 터전을 잃게 될 것으로 봤습니다.
홍 위원장은 안양도시공사의 계획이 급작스럽다는 입장입니다. 홍 위원장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관해 지난 8월26일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지난 5월 노루페인트는 연구소를 증축하기 위해 안양시에 심의를 넣었는데요.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탓에 불허를 통보한 안양시는 8월26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안) 주민공람 공고'를 냈습니다. 그 공고가 나고 나서야 사태를 인지하게 됐다는 게 홍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현재 노루페인트는 안양시로부터 개발행위허가 제한 지정을 받아 손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홍순철 노루페인트 노조위원장. (사진=노루페인트)
홍 위원장은 지방장치단체가 비민주적인 행위로 기업을 겁박하고 폭력적인 행위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홍 위원장은 "시는 독단적, 폭력적으로 기업의 땅을 강제적으로 빼앗으려 한다”며 "엄연한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양도시공사와 입주 기업들은 10월, 11월에 간담회를 진행했는데요. 10월에 열린 1차 간담회는 안양도시공사의 일방적인 설명을 듣는 자리에 그쳤습니다. 11월에 열린 2차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의견이 나왔지만 조율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보상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공공의 복리 측면에서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홍 위원장의 주장입니다. 그는 "안양도시공사는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계획을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형 건설사들도 새로운 사업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안양도시공사는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기업과 함께 점진적인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렇게 하는 것이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며 노동자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매년 선거 때마다 산업단지 조성에 대한 공약이 되풀이되고 있어 홍 위원장은 이번에도 정치적 활동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약 10년 전부터 해당 부지 인근을 놓고 안양시 스마트밸리에 대한 청사진이 나왔다가 좌절되는 등 비슷한 계획이 되풀이됐습니다.
홍 위원장은 박달 노동자 연대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입주지업 노동자들끼리 연대해 안양도시공사 측에 대항한다는 계획인데요. 홍 위원장은 "적지 않은 노동자들은 원하지 않게 회사를 떠나거나 잃어야 하는 고용의 심각한 위험을 받을 수 있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함께 연대하자'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습니다.
향후 안양도시공사와 안양시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강행할 경우 이들은 투쟁도 불사할 계획입니다. 홍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들과 시를 상대로 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노동자 생존권 차원에서 상급 노동 단체, 지역 노동자들과 연대해 투쟁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소리 높였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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