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윤석열 대통령에겐 특검을 수용하거나 스스로 물러나는 길만 남았다"고 했습니다. 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개혁 추진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마저 거부한다면 물러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로 윤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법리스크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틈을 노려 대권을 '정조준'하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시국에 대한 입장'을 발표, "윤 대통령에겐 두 가지 길만 남아 있다. 특검을 수용해서 국정을 대전환하는 길,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이라며 "다른 길은 없다"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비상시국에 대한 입장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는 이어 "국정 대전환의 첫걸음은 특검법 수용"이라면서 "법치와 공정,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로 계속 간다면 대통령도, 국민도, 대한민국도 불행하다"며 "대통령은 지금 바로 결단하라"고 했습니다.
김 지사가 여러 차례 언급한 특검법이란 김건희 특검법을 가리킵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김 지사의 기자회견 후 '특검법은 무엇을 말하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취를 공개 거론한 김 지사의 발언은 대권 주자로서 본인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로 휘청거리고,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4개 재판 결과에 따라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런 균열을 노려 대권주자로서의 선명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인 겁니다.
실제로 김 지사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강경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7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이제 더 기대할 게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면서 "대통령은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지사의 행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학습효과로 풀이됩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당시 어떤 정치인보다 앞장서 '박근혜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초자치단체장에서 대권 주자로 단숨에 발돋움한 바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는 대선에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몸을 푸는 것"이라며 "본인이 대안적 인물이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행보"라고 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한 뒤 시간을 번 것처럼 보이고 이 대표는 재판이 열려서 상황이 애매하게 돼있다"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그대로 가면서 김 지사는 정치적으로 소외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지사가 이쯤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느낀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김 지사가 얻는 정치적 효과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이 대표가 누린 것보다 다소 적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 교수는 "2016년엔 누구도 쉽게 탄핵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때였지만, 지금은 정치권이든 유튜브든 하야나 정권 퇴진, 탄핵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김 지사의 발언이 당시 이 대표의 발언 정도의 폭발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김 지사의 대권 행보는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달려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 교수는 "이 대표가 피선거권이 박탈될만한 형을 계속 받는다고 했을 때는 (김 지사가) 본격적으로 몸을 풀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역시 "이 대표는 승부사적 기질로 계속 정치했는데 반해 김 지사는 찬스에 강하고 틈을 잘 치고 들어간다"며 "일단 이달 나오는 2개의 선고를 지켜볼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김 지사가 대권 행보를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최 교수는 "이 대표 1심과 2심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이대로 가면 야당 (대권) 주자가 이 대표로 더 굳어진다"며 "김 지사는 점점 더 목소리와 수위를 높일 것이고, 또 선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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