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정유·조선·방산은 긍정 요소도
탈친환경…사양화된 기간산업들 시간 벌어
방위비 인상은 수출시장 확대 기회요인
“기회일 뿐, 미국산과 경쟁 등 낙관은 금물”
2024-11-07 13:48:12 2024-11-07 13:48:12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박혜정·이명신 인턴기자] 트럼프 2기가 국내 수출산업에 부정적이지만 기회 요인도 있습니다. 친환경 전환 속도가 늦춰지면서 신규 시설투자부담이 경감하고 상대적으로 사양화됐던 정유 등 화석연료와 연관된 산업분야에서 숨통이 트입니다. 트럼프가 각국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가운데 국방공조가 약해지는 것을 자력으로 메꾸는 부분에서 국내 방산 수출의 기회가 열립니다. 무엇보다 중국 굴기가 한국에도 무서운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발 견제를 활용할 전략수가 생깁니다.
 
강달러·원유 증산, 저유가 요인
 
7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는 대미 수출이 미미한 가운데 미국산 저가 원유 증산이 채산성에 도움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에 따라 강달러 기조도 나타납니다. 강달러는 유가 약세로 작용합니다. 화석연료 부흥을 꾀하는 트럼프 2기에 따라 원유 증산이 이뤄지면 유가는 하락할 수 있습니다. 저유가에서 국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은 일시적으로 재고평가손실을 봤지만 장기적으론 우호적 영업환경에 놓였습니다. 기름값이 싸지면 수요가 늘어나 석유정제마진이 상승하는 덕분입니다. 물론 이런 정유도 화학 신사업까지 확장해서 고려하면 트럼프 2기는 부정적입니다.
 
방산은 트럼프 2기의 수혜산업으로 부각될 정도로 다른 수출산업의 악재가 반사됩니다. 트럼프의 국내 방위비 분담금 증가 요구는 국가적으로 부담이지만 민간 방산업은 별개입니다. 이런 이슈가 글로벌 각국에서 일어나 미국으로부터 국방지원이 약해지면 자주국방 수요가 증대해 국내 방산 수출시장은 넓어집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방산 수출이 늘어나 경쟁이 심화될 것은 우려됩니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지나친 낙관은 금물입니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기계 방위산업실 연구원은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늘어나면 우리 수출도 잘 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가 나토 국가를 압박해 나토 국가들이 방위비를 늘리면 우리 무기 수출로 귀결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국방비 늘어나는 부분은 미국 방산업체들에게 귀속될 것이다. 나토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 나토 국가들 간에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 대한 수출은 바이든정부가 인권침해국이라며 꺼린 반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는데, 트럼프는 그런 것을 신경쓰지 않으니 미국 기업의 방산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를 낮췄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앞줄 오른쪽 첫 번째)과 스티븐 쾰러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4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상승, 수출엔 도움
 
조선업은 트럼프정부의 화석연료 부흥 정책 아래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이 재개되면 이를 운송하기 위한 선박발주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LNG선박 제조능력에 강점이 있는 국내 건조사들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 석유증산과 강달러 등으로 저유가가 되면 거시적인 자원개발수요가 줄어들어 조선산업이 위축됐던 전례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 속 자금조달비용 부담 속에 신사업 투자를 단행했던 국내 기간산업들은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친환경 투자부담이 상당했습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2기 공약대로 탄소중립 노선에 혼선이 생기면 국내 기간산업도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이미 세계 선두로 앞서나가고 반도체에서도 레거시 메모리 자급화 속도를 높이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나서 견제할 부분은 우리가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요소입니다. 중국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 대기업들은 치킨게임을 벌여야 하는 형국인데, 미국 견제가 이런 부담을 덜어줍니다.
 
강달러와 고금리는 원달러환율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국내 수출가격 경쟁력엔 도움이 됩니다. 금리의 경우 트럼프정부가 이민정책을 반대하고 보편관세를 높여 인플레이션이 강해지면 금리를 빨리 내리기 어려워집니다. 그 속에 이미 장기화된 고금리 속에 금융비용이 가중된 부실기업들이 도산위험에 처할 것은 경계대상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50년간 82% 확률로 우상향이다. 장기적으로 환율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1300원에서 1450원까지 계속 오른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또한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어서 잘 포착해야 한다. 트럼프는 전기차와 배터리는 축소하고, 석유화학과 전통 제조업을 육성할 것이다. 미국 역내 유틸리티나 공장 기계·건설자재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또한 방위 산업 수출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박혜정·이명신 인턴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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