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돈줄' 죈 미국…기술패권 '전면전'
미 재무부, 첨단기술 대중 투자 통제…반도체·AI 등 놓고 미·중 경쟁 '격화
2024-10-29 17:18:08 2024-10-29 18:30:28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최첨단 기술 발전이 미국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 수출에 이어 중국으로 들어가는 '돈 줄'까지 막은 것인데요. 첨단 기술 산업의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면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행정명령 14105호'에 대한 의견 수렴·부처 간 협의를 거쳐 '우려 국가 내 특정 국가 안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에 관한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발표했습니다.
 
내년 1월2일부터 시행…미, '중 기술 발전' 위협 판단
 
해당 규칙은 내년 1월2일부터 시행됩니다. 적용 대상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과 시민, 영주권자 등입니다. 통제 대상 분야는 반도체, 양자컴퓨팅, AI 등입니다. 해당 분야에서 대중 투자를 진행하려는 미국 기업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미 재무부에 신고해야 하며, 규제 권한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가집니다. 규칙을 위반할 경우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민사·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최종 규칙에서 '우려 국가'를 중국과 홍콩, 마카오로 규정했습니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미국 자본의 최첨단 기술 분야 투자를 봉쇄하겠다는 것인데요. 미국의 유·무형 자본이 중국의 최첨단 기술 분야에 유입되고, 중국이 해당 기술을 활용해 군사 역량을 키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마디로 향후 중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의 위협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겁니다.
 
백악관은 이번 규칙이 중국 견제용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백악관은 설명자료를 통해 "우려 국가들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민감한 기술 및 제품 개발을 가속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특정 해외 투자를 악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제품과 기술의 수출 통제로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다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이번엔 투자를 차단해 중국의 기술 발전을 더 적극적으로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 통제"라며 "앞으로 중국이 신산업, 신기술 쪽의 새로운 시장에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기술 통제 일환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 대선을 일주일 남겨놓고 이러한 규제 조치를 내놓은 것은 대중 견제 수위를 높여 부동층을 공략하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더 강경한 대중 압박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의 규제가 발표되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의 투자 규제는 전 세계에 반세계화와 탈중국화를 부추기는 조치"라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놓고 선택 압박↑…최악 땐 '고립'
 
한국 정부는 이번 규제에 대해 미국에 본사를 둔 미국 자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한국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양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 패권을 두고 벌이는 무역 전쟁 성격을 띤 조치인 만큼 한국에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정부에서 한국 등 주요 동맹국들에도 유사한 대중 투자 제한 조치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4차 산업과 관련된 핵심 과학 기술과 관련해선 앞으로 미국이 계속 장벽을 높여갈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국 우리가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도 양국 중 한 곳을 택하라는 압박의 함의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반도체의 대중 수출 측면에서 한국 기업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중국이 'AI 반도체' 사업을 하려면 필요한 게 메모리 반도체"라며 "특히 한국은 중국에 메모리 반도체 수출을 많이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 자본으로 중국에서 반도체 관련 투자를 못하게 하면 중국은 아무래도 'AI 반도체' 사업이 어려워진다"며 "그런 면에서 중국이 ('AI 반도체' 사업에서) 성장하면 우리도 새로운 성장의 과실을 가져올 수 있는데 그 과실을 못 가져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