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 봉쇄' 동참 압박…최악 치닫는 한·중 관계
예측불허 미 대선에도 '미중 갈등' 명확
한·중 관계 개선 노력 '물거품' 불가피
2024-10-29 17:30:00 2024-10-29 17:30:00
조 바이든(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사전 투표를 하기 위해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한 투표소를 찾아 다른 유권자들과 함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대중국 투자 제한을 확정함에 따라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중 무역 갈등은 불가피해졌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중국 압박 전략을 예고한 영향인데요. 새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중국 봉쇄'에 대한 동참을 압박할 경우 한·중 관계는 다시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해리스·트럼프 누가 되든 '미·중 갈등'
 
29일 미국 대선 상황을 종합하면 여론조사상 지지율에서 9월 말까지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를 보였지만 10월 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선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7개 경합주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개표 결과 확인 전 예측은 극히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런데 두 후보가 추구하는 대중국 정책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는 노선이 같습니다. 실제로 두 후보의 정책 토대가 되는 각 당의 정강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공화당은 '중국으로부터의 전략적 독립'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택하고 있는 '디리스킹'(위험완화) 노선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AI·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중국 수출 및 접근을 제한하고, 핵심광물·철강·전기차·배터리 등 분야에서는 대중국 관세를 인상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는 첨단산업에 대한 견제를 이어가며, 중국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를 추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호무역 강화를 통한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증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전략적 독립'을 추구하며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기간산업 및 핵심 기술 분야 중국의 투자 금지 등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벼랑 끝에 내몰린다"…시진핑 방한도 '먹구름'
 
국제통상 전문가인 제프리 샷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세계경제연구원이 '미국 대선 이후 무역정책 변화와 중국 및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주제로 연 온라인 세미나에서 "미 대선 이후 미국 무역정책이 이전보다 내향적이고 안보 우선주의적으로 변화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정책으로 중국이 제3국을 통한 수출 확대를 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미국이 한·중 관계에 대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 한국이 벼랑 끝에 몰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에는 보호무역 조치 강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내놨습니다. 
 
중국 정부도 이날 "이미 미국에 교섭을 제기했다"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 규칙을 발표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단호히 반대했다"고 반발했습니다. 교섭은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라는 중국식 표현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주중대사에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내정했습니다. 미·중 갈등과 북한·러시아의 밀착 속에 대중 외교에 대통령 의중이 정확히 반영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를 배치한 겁니다. 
 
또 지난 28일 한·중·일은 고위급 회의를 열고 이른 시일 내에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9월 양국 외교 장관도 2025년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윤석열정부 들어 소원하던 한·중 관계가 개선 국면에 접어든 셈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대중국 압박을 위해 한국의 동참까지 요구하게 되면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무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교 악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북한군 1만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 전선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국정원은 이날 진행한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병력 이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고위급 군장성을 포함한 일부 인원의 전선 이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시민이 간첩죄 혐의로 중국의 관할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7월 개정된 반간첩법 시행 이후 한국 국민의 첫 구속입니다. 
 
체포된 한국 국민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출신 인사인데, 중국 반도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최근에는 개인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러 밀착이 가속화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간첩법에 따라 한국 국민이 구속됨에 따라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한·중 관계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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