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이 밸류업 계획 발표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자이익에 기반한 성장의 한계와 '이자장사'라는 비난여론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합니다. 기업가치 제고라는 밸류업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역대급 실적에도 표정 관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각 사별 주주환원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4조650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4조4222억원보다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지주사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은 대출 증가세 덕분입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에 이자이익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가계대출 규제가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이 가파른 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한 조치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이자이익이 급증했다는 분석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7월에만 7조1660억원, 8월에는 9조6259억원이 급증했습니다. 9월에도 5조6029억원이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16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2022년 15조6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다만 이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금융권은 표정관리 중입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이자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이자 장사'라는 비난여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이자 장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은행권은 이자 캐시백 등 2조1005억원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올해 초에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금융지주들이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으로 순이익이 상승하자, 대출 차주의 부담으로 주주환원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기들이 모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그룹 체제 시너지 키워야"
금융지주사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는 주주환원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와 별개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의 예대마진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지주사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은행 이익 의존도는 다르지만 현재의 주주환원 확대 정책은 이자 이익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금융지주들의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주환원 정책이 적극적인 것에 비해 서민들의 금융 부담을 줄이는 사회공헌적인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금융지주가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는 데 있어서 이자이익 의존도를 줄이려면 비이자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영위하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은 각각 0.38배, 8.51%로 글로벌 은행그룹 평균은 각각 1.17배, 10.21%인데요. 국내 4대 금융의 순자산을 고정하고 시가총액을 글로벌 은행그룹의 데이터를 적용해 PBR을 추정해 보면 지난해 말 기준 1.43배로 현재보다 3.8배 이상 증가합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정책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보호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하고 주주는 장기투자 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금융그룹과 마찬가지로 국내 금융지주사가 지주사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룹
이 하나의 단일체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전업주의 하에서 허용되는 전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주사 산하의 동정업종 자회사의 IT시스템 물리적 통합과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등을 허용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환원 확대는 이자이익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밸류업 기조 아래 점진적으로 계획돼 있는 것"이라며 "금융지주사의 PBR을 비롯한 주요 재무적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지주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업무 창구.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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