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총수 빠진
카카오(035720) 경영이 85일째 이어지는 중입니다.
에스엠(041510)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합리적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카카오 측의 주장이 검찰 입장과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사법리스크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공백 속 대표적 기업가치인 주가는 연초 대비 40%가량 떨어졌습니다. 지난달에는 4년전 주가 수준으로도 회귀했습니다. 사업 확장을 하며 기업가치를 키워왔지만, 총수 부재로 동력 상실에 외연 확장이 어려운 모습입니다.
김범수 의장은 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 및 보석 심문에서 "구속될 것으로 생각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사업을 하면서 수백번 회의 참석했지만 불법한 행위에 결론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범수 의장 측은 "시세조정 행위의 핵심 조건인 '인위적 조작'과 관련한 어떠한 행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
하이브(352820)가 적대적 입장문을 발표한 이후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하이브와 대등한 지분을 확보할 필요성에 장내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공동의장이 7월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내 매수는 시세조종이 아닌 하이브의 태세전환으로 벌어진 전략적 차원이라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이 변호인은 "김범수 의장은 에스엠 인수 자체에 관심이 없었으며, 하이브와도 싸우지 말고 협상하자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하이브의 장내매수도 가능해지는데, 대등한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2월28일에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장내매수도 법적문제가 없다는 자문도 받고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측은 시세 고정 안정 시키는 목적으로 일련 매매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제176조 3항을 위반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 측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가 움직였고, 이 중심에는 최고 권력자인 김범수 의장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은 "시세를 고정하고 안정시키려고 한 매매만 있으면 성립된다"며 "카카오 측은 2400억원을 들여 매수에 나섰고, 12만원 이상으로 시세 올리고 고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카카오 내 김범수를 견제할 세력이 없고, (에스엠) 투자 최종 승인은 최고재무책임자(CFO) 반대에도 통과를 선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세조종을 놓고 카카오와 검찰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1차 공판기일 당시 정상적 경영이었다는 카카오 측과 김범수 의장이 시세조종 최종 결정권자였다는 검찰 측 주장에서 2차 공판기일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법리스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모습인데요. 카카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ICT업계 관계자는 "총수 공백 상황에서는 투자 등을 진취적으로 진행하기 쉽지 않다"며 "경영적 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법리스크 지속에 카카오의 경쟁력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퍼스트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카카오의 AI 사업 발표는 계획 대비 늦어진 상황입니다. 카카오 측 변호인단도 보석 심문에서 "해외 빅테크들의 격전장에서 IT 선도적 역할을 해온 피고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구속상태가 장기간 이뤄지면 경쟁에 밀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카카오의 경쟁력 하락은 주가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연초 5만79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현재 40%가량 빠진 상황입니다. 목표주가를 낮추는 증권사도 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현대차, 교보, 키움, 다올, NH, 한국투자, 상사인, 한화, SK증권이 목표가를 하향했습니다. 목표주가로 4만5000을 제시한 증권사도 있었습니다. 시가총액도 쪼그라들고 있는데요. 지난 2021년 6월24일 장중 17만3000원 주가를 기록한 당시 시총은 7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날 카카오 주가는 3만7600원, 시가총액은 16조6768억원에 그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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