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사들이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공격적인 신용판매 확대에 나섰습니다. 업황 악화로 2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신용카드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혜택이 다시 등장했고, 차량 구입 등 큰 소비를 위한 맞춤형 혜택도 늘리고 있습니다.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재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카드사들이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혜택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백화점이나 명품 쇼핑몰, 자동차 등 판매액이 높은 사용처를 중심으로 새로운 카드도 출시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는 최근 명품 전자상거래업체(이커머스) 오케이몰과 함께 '오케이몰X디지로카' 카드를 내놨습니다. 연말까지 이 카드로 오케이몰에서 20만원 이상 결제하면 6·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 외에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전월 카드 이용금액 40만원을 달성하면 최대 1.2%, 40만원 미만이면 0.5% 할인 혜택을 한도 없이 제공합니다.
삼성카드(029780)는 연말까지 모델 와이(Model Y) 시리즈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무이자 할부 및 금리 할인 이벤트를 제공합니다. 다이렉트 오토 카드 할부로 테슬라의 Model Y RWD 차량을 구매할 경우 할부 개월 및 할부 원금에 따라 무이자 또는 연 2.3% 이하, Model Y 롱레인지 구매 시 연 3.3%까지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비씨카드는 신세계백화점이 진행하는 '오메이징 카드 페스타'에서 신세계 제휴 비씨 바로카드로 결제할 경우 최대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합니다. 이 카드로 행사 기간 중 주말에 명품·패션·잡화 단일 브랜드에서 200만~1000만원 이상 구매 시 14만~70만 신세계백화점 리워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카드와 NH농협카드도 이미 온라인 쇼핑몰과 백화점을 비롯해 여행·면세점 등 주요 업종에서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업황 악화로 2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신용카드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혜택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할부 이용액 줄고 할부 수수료 수익은 늘어
앞서 카드사들은 고금리 장기화로 여전채 금리가 치솟자 고객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긴축 경영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이 2022부터 7번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카드사 조달금리도 계속 상승했고, 결국 카드사 건전성에 직격타가 됐습니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금 등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대출 등의 업무를 위해서는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고금리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2022년 중반부터 6~12개월의 무이자 할부를 최대 3개월로 축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철 휴가철에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때 일시적으로 항공·면세점에서 결제할 경우 무이자 5개월 또는 6개월 이상 할부 시 부분 무이자 혜택을 제공했지만, 요즘처럼 6개월 이상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2년 만입니다.
무이자 할부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고금리의 할부 수수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 비중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씨·KB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 할부 이용액은 70조5368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입니다. 그러나 신용카드 이용 총액 대비 할부 이용액 비중은 올해 상반기 15.2%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2년 15.9%, 2023년 15.5%과 비교하면 3년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대신 카드 할부 수수료 수익 비중은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할부 수수료 수익은 1조70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늘었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9년 이후 역대 최대치입니다.
이로 인해 카드사 전체 수익 중 할부 수수료 이익 비중은 올 상반기 15.7%에 달합니다.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가 시작된 2022년과 비교하면 할부 수수료는 올해 3.9%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동안 무이자 할부 혜택을 축소해 카드 할부 수수료 수익을 올릴 때마다 업황 악화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고금리에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가계 경제가 어려워진 서민들이 높은 수수료를 무릅쓰고 할부 거래를 많이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가 전사적으로 이뤄진 분위기는 아니지만 사용 금액이 높아 할부 수요가 높은 곳을 위주로 혜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체율과 수익성을 계속 지켜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이자 할부 혜택은 변동 가능성이 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이자 할부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고금리의 할부 수수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 비중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있다. 사진은 한 금융 소비자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결제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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