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개선하자는 보수후보…인권조례 외면한 진보후보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공보물 분석
보수 진영 조전혁·윤호상 "새 조례 제정"
진보 진영 정근식·최보선, 별도 언급 없어
2024-10-08 15:17:04 2024-10-08 15:17:04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오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 가정으로 각 후보들의 책자형 선거공보물이 배달됐습니다. 종이로 된 공보물을 살펴보면, 뚜렷하게 대비된 지점이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입장입니다. 보수 후보(2명)들은 학생인권조례에 문제가 있다면서 개선방안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면 진보 후보(2명)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언급하지 않고 '사실상 외면'했습니다. 
 
유권자들의 가정으로 배달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자들의 책자형 선거공보물. (사진=뉴스토마토)
 
보수 단일 후보인 조전혁 후보는 공보물에서 이념교육 피해 사례로 '선생님을 약자 만든 학생인권조례'라는 제목의 한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조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완수'는 물론 '학생인권법 제정 저지', '학생권리의무조례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조 후보는 4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선거공약서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공보물에 있는 공약을 그대로 기재한 다음에 공약의 목표·우선순위·이행 기간 등을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선거공약서에서 학생권리의무조례 제정은 학생권리 강화를 목표로 하고, 최우선 순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임기 내 이행하겠다고 되어 있습니다. 
 
조 후보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에는 '학생·학부모와 소통 강화, 교권 보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공약을 이행하는 방법은 학생권리의무조례 제정, 학생인권조례 폐지 완수입니다. 
 
보수 군소 후보인 윤호상 후보의 경우 단 1장으로 된 종이 공보물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엔 '유·초·중·고를 모두 경험한 학교현장전문가' 등 이력만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윤 후보가 내세운 5대 공약엔 '학생인권조례 대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윤 후보는 교육의 3주체인 학생·교직원·학부모 인권을 포함하는 '학교공동체 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겁니다. 
 
반면 진보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 언급을 피했습니다.
 
진보 단일 후보인 정근식 후보는 종이 공보물과 5대 공약 어디에도 학생인권조례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보물에는 '교권 침해 실시간 대응, 교육 활동 보호 신속대응팀(SEM119) 운영'이 공약으로 표시됐습니다. 5대 공약 중 '노동인권 교육 강화'가 들어가 있어 '인권'이라는 표현이 나오긴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와의 직접적 관련성이 드러나있지 않습니다.
 
공보물에 타타난 정 후보의 다른 공약 또는 선언은 △고교 무상교육을 지켜내겠습니다 △역사 왜곡과 친일 뉴라이트 사관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킨다 △중독·과몰입에서 아이들을 지키겠습니다 등입니다. 
 
진보 군소 후보인 최보선 후보 역시 학생인권조례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 후보의 공보물은 손바닥만한 크기입니다. 여기엔 11개 공약이 적혀 있는데, 교권 회복이 그 중 하나입니다. 또 5대 공약 중 '학생복지 및 교권 보호대책'이 포함되어 있으나 학생인권이 아닌 학생복지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진보 후보들은 공보물과 공약집이 아닌 영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면서 교권을 보완하자는 견해를 낸다는 점입니다. 정 후보는 지난 4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오해가 되는 부분은 보완을 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는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만 교권이 살아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최 후보의 경우, 지난 4일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 7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를 통합한 학교인권조례를 제정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보완을 언급하되, 선관위를 통한 정식 공약에는 남겨놓지 않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8월2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본관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 4월26일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5월16일 재의결을 요구하자, 시의회는 6월25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진행해 원안대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습니다. 시교육청은 다시 7월11일 대법원에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재의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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