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 확산 차단" 보험 역할 커진다
책임규명 분쟁·피해보상 공백 등 불확실성 해소 기대
2024-10-08 13:59:47 2024-10-10 08:15:53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잇따른 화재 사고로 '전기자동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사고의 위험 관리와 사고 예방을 위한 보험의 역할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에 대한 책임보험 의무화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책임규명 분쟁을 줄이거나 전기차 배터리 신가보상 특약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책임보험 의무화 법안 발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소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에는 전기차 충전시설 소유자가 충전소 화재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충전시설에 소화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시설 소유자가 충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로 인한 타인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책임보험에 가입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안전한 전기차 이용 환경을 조성하여 친환경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국민의 안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전기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전기차 화재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으로 전기자동차 충전시설 신고제 도입과 책임보험가입 의무화로 피해자가 빠르게 보상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화재, 폭발 등이 발생한 경우 해당 충전시설 사업자의 과실이 없더라도 피해자에게 신속하게 보상금을 지급해 구제할 수 있게 됩니다.
 
김 의원은 "충전소 사업자에게 책임보험 의무가 없어서, 충전소 사고로 피해를 본 피해자는 사업자가 보상능력이 없거나, 사고의 책임소재가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 제대로 구제받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사고 이후 빠르게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차주가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안아야 했던 기존 제도의 허점이 보완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는 차주만 화재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 보험사가 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기차의 손해액이 전체 자동차보험료 상승을 일으켜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위험이 큽니다.
 
실제로 올해 8월 기준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4.2%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0.6%보다 3.6%P(포인트) 급등했습니다. 전기차 화재와 집중호우가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이 통상 손해율 80%대 초반인 만큼,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의무 보험이다 보니 보험 가입 수요가 발생하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큰 수익이 발생할지는 미지수"라며 "수익보단 사고 발생 시 소모적인 분쟁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에게 책임보험을 의무 가입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 소화기가 설치된 모습.(사진=뉴시스)
 
손보사들 전기차 특약 선봬
 
이런 상황에서 손보사들도 전기차 관련 특약을 확대하며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지난 7일 '하이브리드 차량 배터리 신가보상 특약'을 내놨습니다. 자기차량손해 또는 차량 단독사고 손해배상 특약에 가입하면 이번 특약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구동용 배터리가 파손돼 교체할 때 새 부분품으로 교환하는 경우, 기존 배터리의 감가상각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특약 가입 시 전기자동차 충전설비를 이용해 차량을 충전하던 중 죽거나 다쳤을 때 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합니다. 또한 특약 내 긴급출동서비스 중 하나로 피보험자의 사고 또는 고장으로 인해 자력 운행이 불가능할 경우 견인 서비스를 10km 한도로 무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진화가 어려운 전기차 화재 사고 특성상 피해 규모가 커질 우려가 있어 통상 10억이던 자동차보험 대물 배상 한도도 늘리는 추세입니다. DB손해보험은 전기차에 한해 대물배상 가입금액을 최대 20억원까지 높였습니다. 현대해상은 지난 8월부터 전기차 대물배상 확장담보 특약의 최대 가입금액을 20억원까지 확대했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인천 청라동 아파트의 전기차 화재 등 사고가 이어지며 전기차 관련 보험 문의가 늘고 있다"며 "미리 특약을 꼼꼼히 살펴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관련 사건 사고가 이어지자 보험사들은 잇따라 특약을 출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난 벤츠 전기차의 모습.(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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