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견금속사 ESG점검)①금속업계 ESG 불균형…원인은 '자금력'
금속 대기업 별도 ESG 조직 설치해 ESG투자 확대
금속산업 구조상 중견 금속사 수익 변동성 커…자금력 확충 어려워
ESG 필요한 상황에도 투자는 법적 기준만 충족
2024-09-23 06:00:00 2024-09-2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14:1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속산업은 산업 전반의 밸류 체인에서 탄소 배출량과 전력 소비량이 많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금속산업의 ESG 경영 현황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더딘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ESG 전담 조직을 설치해 의사결정 과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들은 ESG 경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금 부족과 인재 발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ESG 경영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금속산업의 ESG 현황을 분석하고, 중견 금속기업의 선도적인 ESG 사례를 발굴해 소개한다. 더 나아가 금속산업 전반에 ESG 경영이 확산되기 위한 업계의 노력과 그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금속 대기업과 중견기업 사이에 ESG 경영 간극이 벌어지고 있어 중견·중소기업의 ESG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국내 금속 대기업들은 높은 매출과 넉넉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ESG 조직을 설치하고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외 중견 기업들은 ESG 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데다 ESG 위원회를 꾸릴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내 금속 산업의 구조로 인해 중견 기업들의 투자 자금력을 키워주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로 구축된 LS MnM 온산제련소(사진=LS MnM)
 
대기업은 ‘확대’, 중견기업은 ‘최소한도’
 
13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철금속 기업 중 ESG 경영을 활발하게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고려아연·LS MnM 등 제련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기업들은 제련 특성상 전력 소비량이 많은 까닭에 탄소 중립을 위한 ESG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조직 규모가 큰 까닭에 안전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LS MnM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디지털 제련소 구축에 300억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자원 낭비를 막아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 ESG 영역인 안전 분야의 투자도 확대 중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산업안전보건 환경을 강화하기 위해 2454억원을 투자했으며, LS MnM도 2022년 안전보건 투자액을 87억원에서 지난해 112억원으로 늘렸고, 올해는 99억원을 안전보건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러한 ESG 투자 확대는 대기업 내 ESG 조직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들은 기업 내 별도의 ESG 조직을 설치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대표이사 직속 지속가능경영 위원회를 운영해 지속가능경영에 관한 사안을 위원회가 사전에 검토하고 있다. 또한 LS MnM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LS MnM은 지난해 ESG위원회를 설치해 사외이사인 이희성 고려대 로스쿨 교수를 ESG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속된 투자 확대에 국내 금속 대기업들의 ESG 등급은 상승하고 있다. 고려아연(010130)은 서스틴베스트 기준 지난해 A등급에서 올해 AA등급으로 한 단계 상승했다. LS MnM은 비상장사인 이유로 ESG등급이 없지만, 북미 지역 기업과 ESG 협약을 체결하는 등 높은 ESG등급에 기반한 행보를 보인다.
 
그에 반해 국내 중견기업들의 ESG 경영 현황은 미흡하다. 한국ESG기준원이 평가한 국내 중견 금속기업들의 ESG 등급은 C 혹은 D 등급이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해당 등급들은 지속가능경영체제가 취약하며 향후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국내 ESG 경영의 관심사가 환경 부문에 있음에도 중견금속사들의 환경 등급은 지난해 기준 취약 등급인 C등급에 머물러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중견기업들이 ESG 관련 투자를 확대하지 못해 낮은 등급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낮은 등급의 원인은 소극적인 ESG 투자 때문으로 보인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중견 금속사들은 ESG 투자 차원에서 집진(먼지 수집) 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의무 사항으로 법률이 정한 기본적인 조치에 해당한다.
 
아울러 온실가스배출량에 대한 정보 공개도 다소 부족하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내 중견기업의 환경 성과는 연간 온실가스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 배출 및 사용 현황을 공개에 그친다.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치가 얼마인지, 감축 원인이 무엇인지 등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ESG 격차 원인은 '자금력'
 
국내 금속 대기업들이 ESG투자를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은 넉넉한 자금력이 뒷바탕이 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아연의 매출액은 9조7045억원, LS MnM은 10조1548억원을 기록했으며, 두 회사의 보유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각각 8968억원과 4128억원에 달한다.
 
국내 금속 대기업은 산업에 사용되는 금속 원료를 만드는 제련업에 집중돼 있다. 제련업은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이 수반되는 사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따라서 소수의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어 높은 매출과 자금력 확충이 가능하다. 고려아연은 국내 시장 점유율 60%, 세계 시장 점유율 10%대로 알려져 있고 LS MnM 온산제련소는 단일 제련소 기준 생산량 세계 2위 규모다.
 
그에 반해 국내 중견기업으로 내려가면 자금력이 취약해진다. 취약한 자금력의 원인은 국내 금속 산업의 구조에 있다. 국내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금속 원료를 받아와 수요에 맞게 가공하는 가공업에 집중돼 있다. 제련업에 비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 경쟁자도 많아 높은 수익성을 창출해 현금을 쌓아두기 어려운 시장 구조다.
 
아울러 국제 금속 가격에 연동된 제품 가격 정책도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국제 금속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일례로 연간 평균 LME 알루미늄 1톤당 가격이 사상 최고가였던 2022년 중견 알루미늄판 제조사 조일알미늄의 매출은 5624억원에 영업이익은 158억원이었지만 다음해 알루미늄 평균 가격이 16.8% 하락하면서 매출은 4658억원(전년대비 17.2% 감소), 영업이익은 85억원(전년대비 46.2% 감소)으로 줄었다.
 
한편, 금속 중견기업들의 본사가 지방에 위치한 까닭에 ESG 전문가를 영입하기 어려운 점도 중견금속사들의 ESG 경영 확대를 막는 요소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 인재풀이 협소해지고 ESG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상의에 권역별로 공급망 ESG지원센터를 출범하는 등 ESG 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의 ESG 내재화에는 한계가 있다.
 
한 금속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견기업들의 ESG 확대가 어려운 이유를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 금속사들은 ESG 대비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나 자금력의 한계로 투자를 제대로 못 하고 있는 현실이라 향후 정부 차원의 ESG 대응 지원 정책 등 역량을 끌어올릴 방안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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