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기업들이 관리종목 지정 유예 종료를 앞두고 파산 위기의 적자기업을 인수하고 있습니다. 본업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자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매출이 나오는 기업을 인수한 것입니다. 다만 회사의 기존사업과 무관하거나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술특례상장이 본래 취지를 잃고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이런 면피용 합병을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유예 종료 앞둔 특례상장사, 매출액 미달 다수
2018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파멥신은 불성실공시 및 매출액 미달 요건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파멥신 코스닥 상장 기념식.(사진=한국거래소)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기술평가특례 및 성장성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총 43곳입니다. 특례상장제도는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춰주는 제도입니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더욱 성장하라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특례상장 기업들은 당장의 수익성이 부족한 만큼 일정 기간동안 관리종목 지정 기준 요건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사업연도 매출 30억원 미만’의 경우 관리종목 지정대사이지만 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5년간 해당 요건에서 관리종목 지정이 면제됩니다.
2018년에 상장한 기업들은 작년 결산 기준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됐습니다. 올해 결산 시점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됩니다. 관리종목 지정 후 내년에도 매출액 30억원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합니다. 2019년 상장한 기업들은 올해 유예가 종료됩니다.
관리종목 면피용 M&A…성장보다 상장 유지가 목적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부재한 기술특례 상장기업들 일부는 관리종목 면피용 인수합병(M&A)에 나섰습니다. 문제는 M&A 대상 기업들이 본업과 무관해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거나 적자가 지속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셀리드는 코로나19 백신 등 백신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데요. 올해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를 앞두고 본업과 무관한 ‘베이커리’ 신사업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남양주시에 위치한 빵공장 ‘포베이커’ 지분 100% 5억원에 인수해 흡수합병한 것입니다. 포베이커는 지난 2021년부터 결손금이 누적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법인이지만, 지난해 매출 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해당 법인의 매출액이 연결기준에 합산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인 파멥신은 ‘좋은타이어’라는 자동차부품 판매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좋은타이어는 파멥신 최대주주인 타이어뱅크의 관계기업으로 김정규 회장과 그의 가족이 지분 100%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초 좋은타이어는 파멥신과 지분관계가 없었지만, 김 회장 등이 지분 전량을 파멥신에 무상으로 증여했습니다. 좋은타이어는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작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지만, 매출은 6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유틸렉스도 지난 3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사 아이앤시스템을 5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아이앤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129억원을 기록한 곳입니다. 임직원이 146명으로 작년 기준 유틸렉스보다도 직원 수(89명)가 많습니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아이앤시스템은 헬스케어 데이터도 다루고 있어 향후 인공지능(AI) 엔진 탑재로 신약개발하는 당사의 사업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고객사 역시 국가 기관과 대기업인 데다, 최근 5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10.3%라 매력적이라 인수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밖에 신약 개발사 압타바이오는 매출액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건기식 ODM(제조제개발생산)과 펫 용품 유통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싸이토젠, 압타머사이언스 등도 관리종목 회피를 위한 M&A를 진행했습니다.
본업 잊은 상장사…기술특례 취지 훼손
업계에서는 특례상장 취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면피용 M&A를 통해 당장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우려는 덜었지만, 본업에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자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더라도 본업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장만 유지하는 ‘좀비기업’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장 후 5년 동안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단지 상장 유지를 위해 본업과 무관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제도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매출의 종류에 따라 기준을 나눌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회사들 역시 사업 다각화라는 측면이라고 소명한다”면서 “다만, 기술특례 상장이나 좀비기업 퇴출 등 이슈가 되는 사안들에 대한 방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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