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정권교체 이후 전임 대통령 수사라는 ‘비극의 악순환’이 윤석열정부에서도 재현되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검찰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정권의 칼’로 악용되는 검찰의 수사권을 정비하고,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검찰의 독립성 강화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권양숙 여사가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정조준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금융 계좌 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자금 거래 흐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채용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데, 타이이스타젯 설립자인 이상직 전 의원이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대가로 넉 달 뒤 서씨를 특혜 채용했다고 의심하는 겁니다.
문 전 대통령 부부의 딸 부부에 대한 생활비 등을 지원하다가,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취업 이후 끊겼다면 이 전 의원이 딸 부부의 생활비를 대신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이런 맥락에에서 전주지검은 20일 오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임 전 실장은 2017년 5월∼2019년 1월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되는 과정이 임 전 실장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김정숙 여사는 이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조아라 부장검사)에서 ‘인도 타지마할 외유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문재인정부 출신 의원들이 8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계좌 추척 관련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극의 악순환' 전임 대통령 수사
전임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 것은 이제 한국정치에서 ‘관행’으로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문민정부 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내란음모’로 수사를 받은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검찰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탄압 등을 통해 정권을 잡은 ‘원죄’로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수사의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나머지 대통령들은 정권 교체 이후 사실상 보복성 수사를 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가 확대되면서 노 전 대통령도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소환됐고, 조사 이후 한달이 채 되지 않은 5월23일 사저가 있던 경남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에서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퇴임 이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2018년 3월22일 헌정 사상 4번째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구속됐습니다. 당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장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횡령과 국정원 자금수수 등 혐의가 유죄 또는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2020년 10월 대법원은 뇌물,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확정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22년 12월 말 사면 복권됐습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황운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6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 4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개혁' 당위성, 역설적 대두
대통령 퇴임 이후 검찰 수사는 어느덧 한국정치의 정해진 수순처럼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민생보다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와 사법처리 등 정적 제거에 골몰하는 겁니다.
법조계에서는 ‘비극의 악순환’으로 한탄합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는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현직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데, 윤석열정부에서도 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어 악연은 되풀이될 가능성만 커졌습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을 위한 당위성만 높인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조준한 수사는 그동안 관련 노하우가 쌓인 검찰이 맡을 수밖에 없다”며 “정권이 검찰을 손아귀에 쥔 이상 이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검찰 독립과 수사권 남용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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