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왜 지금 불필요한 이념논쟁이 벌어지는지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건국절 논란을 두고 한 말입니다. 정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건국절은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가 세워진 국가의 연속성을 부정합니다. 광복 이후 3년의 공백기를 거쳐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정하자는 논리입니다. 이를 두고 임시정부를 수립한 독립운동가의 애국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또 건국절 이전 친일 매국행위는 정식 정부가 수립되기 전이기 때문에 죄가 없어진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새 독립기념관장이 “일제시대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했던 발언은 이런 우려를 더합니다. 국적이 일본이기에 친일행위도 정당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일청산은 국민정서 외에도 실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철저한 반성이 없으면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기 때문이죠. 과거 일제와 같은 침탈이 다시 없더라도 독도 문제 등 국익을 침해하는 시도는 계속됩니다. 이에 대한 무관심을 유도하며 애국심을 흔들고 민족성을 부정하는 시도는 국가가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불순한 저의가 의심되는 소수 의견이 주류가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책무를 해태하는 꼴입니다.
이런 주장이 지나치다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대통령이 ‘어떤 도움이 되냐’고 반문했던 것처럼요. 그러면 미국은 어떤 도움이 되기에 구글을 해체하려는 걸까요. 미국이 유독 반독점 규제에 강경한 것은 공정과 자유를 수호하려는 가치적 목적에 있습니다. 독점이 혁신을 방해하고 시장경제를 무너뜨린다는 실리적 목적도 함께 말이죠.
과거 석유왕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을 해체한 사례를 두고도 비판하는 시각은 있습니다. 해체 후 기름값이 거꾸로 올랐다는 주장입니다. 말 그대로 실리만 따지는 논리입니다. 정작 이 실리적 논리도 부실합니다. 기름값이 낮았던 시점은 반독점 조사가 한창일 때입니다. 규제를 피하려고 가격을 낮췄다는 의심이 생깁니다.
소비자가 손해볼 것은 치킨게임이 끝난 다음이죠. 굳이 기름값 폭리가 아니라도 축재할 방법은 재테크만으로 충분합니다. 록펠러 스스로 돈이 돈을 만드는 방법을 강조했었죠. 필수재 산업을 담보로 잡았으니 국내 한전의 특수채처럼 시장의 저리 융자를 빨아들였을 겁니다. 일방의 특혜는 다수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합니다. 단순히 물가로만 독점 규제의 실효성을 따질 수 없습니다. 경제권력은 사회에 군림하고 각종 비리, 부패를 낳습니다. 전제주의가 부당하면 경제권력도 마땅히 규제해야 한다는 게 애초 셔먼법의 취지입니다.
현정부는 낙수효과를 내세워 한국의 셔먼법인 공정거래법을 풀어줬습니다. 과거 낙수효과를 내세워 문어발 확장을 부추겼던 정부는 국민을 외환위기에 빠뜨린 바 있습니다. 그 위기를 극복한 동력은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전세계를 감동시켰던 애국심 가득한 민족성입니다. 그런데도 민족성을 흔드는 건국절 논쟁이 불필요할까요.
우리나라 출산율 문제는 그야말로 애국심에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반도체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데도 임직원의 애국심이 절실합니다. 먹고 사는 일만 중요하다면 삼성, SK 임직원이 연봉을 높여 부르는 중국 회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의 열정을 식게 만드는 건국절 논란은 하루빨리 불식시켜야 합니다.
이재영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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