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버블)①AI혁명, 아직은 ‘거품’
PBR 50배 넘는 엔비디아 주가…버블 우려 상존
정작 챗GPT 대주주 마이크로소프트는 과도한 지출
온디바이스부터 완전자율주행까지 갈 길은 정해져
“AI 사업 모델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2024-08-14 15:32:16 2024-08-14 16:30:24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인공지능(AI) 붐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열기는 거품 우려와 공존합니다.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저조한 회수와 부실로 연결될 것이란 걱정입니다. 글로벌 AI서비스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치킨게임’ 중 AI부품 업체만 커다란 호재를 누리고 있습니다. 과거 닷컴 붐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온디바이스AI부터 완전자율주행까지 방향성은 확인됩니다. 하지만 캐시카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관측입니다.
 
 
엔비디아만 부풀은 AI붐
 
14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AI의 가장 큰 호재를 누린 업체는 엔비디아입니다.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분기(4월28일 결산) 50배도 넘겼습니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가 1.45배, 현대차가 0.67배에 불과한 데 비해 지나친 고평가입니다. 과거 컴퓨터 혁명 같은 파급력을 기대하며 시장이 부풀은 탓입니다.
 
하지만 정작 AI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납품업체만 못합니다. 엔비디아 독점 구도를 감안해도 원청보다 협력사의 수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챗GPT 대주주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6월30일 결산) PBR이 11.24배였습니다. 국내 대기업에 비해선 월등하지만 엔비디아에 훨씬 못미칩니다.
 
엔비디아 당기순이익이 2분기 148억8100만달러(약 20조)로 전년 동기(20억4300만달러, 약 2조)비 10배 오를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200억8100만달러(27조)서 220억3600만달러(29조) 9.7% 정도 성장에 그쳤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출한 투자금에 비하면 손해도 큽니다. 2분기 투자현금은 969억7000만달러(약 131조)를 썼습니다. 전년 동기에도 742억9000만달러(101조)나 썼는데 벌어들인 돈이 부족해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재(AI칩)와 서비스(온디바이스AI)가 병존하는 사업구성이라 이런 흐름이 내재화돼 있습니다. 2분기 반도체 실적은 크게 반등했습니다. 매출은 28조5600억원으로 전년동기비 142%, 전분기비 24%씩 올랐습니다. 영업이익도 6조4500억원으로 전분기비 4조5400억원이나 증가했으며 전년동기비 10조8100억원 올라 흑자전환했습니다. 메모리 시황 회복과 엔비디아처럼 클라우드향 AI칩 수요 성장 덕을 봤습니다.
 
반면, 삼성전자가 1분기 온디바이스AI를 출시한 이후 모바일 매출은 2분기에 전분기비 하락(26조6400억원, -19%)했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선 8% 올랐지만 캐즘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전기차와 달리 비수기 타격을 입었습니다. 영업이익(네트워크 포함)은 2조2300억원으로 전분기와 전년동기비 각각 1.28%, 0.81%씩 감소했습니다. 온디바이스AI로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 확대 효과는 나타나지만 폴더블 폼팩터 변화와 섞여 있고, AI서비스 자체로는 아직 유료화 되지도 못해 자체 수익성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월가 30년 경력 골드만삭스 분석가는 “기업이 AI에 쏟아부은 수천억달러 자금이 경제혁명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필적할 것도 없다. 그것이 밝혀지면 급등한 주가도 모두 하락할 것”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AI에 대해 “지출이 너무 많고 혜택이 너무 적다”는 보고서도 냈습니다. 직후 미 증시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로이터도 “AI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모르겠고 최종 승자도 불확실하다”는 웰스파고 분석가의 말을 전했습니다.
 
AI루트, 모바일·드론·자동차
 
그럼에도 AI가 산업 전반을 바꿀 기술적 혁명을 일으킬 것은 여러 분야에서 예측되는 바입니다. 기술 개발 상용화에 시간이 필요할 뿐 방향성은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비즈니스 모델이 뾰족하지 않아 투자에 비해 회수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버블 우려를 타개할 첫째 주자는 온디바이스AI가 꼽힙니다. 대중화된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에 탑재돼 폭넓게 쓰이면서 필수적인 기능으로 발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온디바이스AI는 클라우드 도움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합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은 온디바이스AI로 소비자의 개인정보침해 거부감을 해소하려 한다”며 “온디바이스AI가 인기를 얻어 대중화되면 스마트폰을 필두로 다른 서비스 분야도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역설적으로 파괴적인 전쟁은 AI기술 발달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폭넓게 쓰이며 미래 전쟁 양상을 시사했습니다. 드론, 무인항공기 등 무인비행체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을 키웠고 각국이 무인비행체AI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비록 전쟁에서 빛을 발했지만 무인비행체AI는 배송, 농업, 재난 구조 등 인간에 이로운 분야까지 연결됩니다. 이밖에도 B2B(기업간 거래) 분야에선 의료기기나 헬스케어 산업에서 AI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차후엔 기술적 한계에 직면한 완전자율주행 시대도 생성형AI가 열어줄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완전자율주행은 컴퓨터 혁명만큼 생활을 바꿀 정도의 파급력이 있습니다. 김범준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금방 가능할 것 같던 완전자율주행이 여전히 멀고, 전기차 보급속도조차 주춤해지는 것은 자동차라는 복잡한 디바이스에서 고객 경험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생성형AI를 적용한 자동차도 “먼저 AI 정확성과 할루시네이션(허위 정보 생성)이슈가 해결돼야 한다. 또 스마트폰, TV 대비 긴 제품 주기와 연간 판매량이 적은 자동차 산업 특성상 생성형 AI를 이용한 새 고객 경험을 적용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자동차와 관련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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