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이미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공세로 혼란이 극심한 상황이었는데요. 여기에 큐텐 사태까지 덮치면서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어요."
연초부터 바람 잘 날 없는 우리 이커머스 시장이 하반기 시작과 함께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 계열사 위메프·티몬의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가 유통 시장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이에 따른 피해가 나날이 확산하는 탓인데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최근까지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C커머스의 염가 파상공세를 겪으며 상당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여기에는 C커머스만큼 초저가 마케팅에 대응할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의 한계와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시류를 읽지 못하고 올바른 대응 방안을 수립하지 못한 정부의 오판도 한몫했는데요.
이처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C커머스의 침투만으로도 심히 휘청거리는 실정이었는데, 설상가상 큐텐 사태까지 맞닥뜨리게 된 겁니다. 문제는 큐텐 사태의 파급력이 C커머스의 공습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엄밀히 C커머스 침투 사안은 근본적으로는 업체들 간의 경쟁 선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이 과정에서 안방 시장을 C커머스에 내줄 수 있다는 정서적 불안감 및 거부감이 한몫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C커머스 문제는 극복 방안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쉽진 않지만 국내 기업들이 C커머스가 갖추지 못한 신뢰도 높은 제품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부가 관세, 부가세 등 규제를 강화해 나간다면 시간은 걸릴지언정 나름 대비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큐텐 사태의 경우 C커머스 공습 수준과는 아예 궤가 다릅니다. 이번 사태는 대형 플랫폼의 갑질 관행, 불공정 정산, 자금 유용 및 감시 시스템 부재 등 이커머스 업계에서 절대 발생하지 말아야 할 부조리한 사안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 범위가 광범위한 점도 문제입니다. 티메프가 셀러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미정산금 규모는 정부의 보수적 추산으로 2000억원, 업계 안팎의 분석에 따르면 1조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일단 이 금액 규모는 통상적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는 판매자(셀러)들의 완벽한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셀러들만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닙니다. 소비자들 역시 단순 불편을 넘어 만만치 않은 금전적 손실을 입고 있는데요. 특히 요즘은 여름 휴가 성수기 시즌이죠. 최근 주변에서 티메프에서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큐텐 사태가 언제 종지부를 찍을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정부까지 나서서 큐텐 사태를 진압하려 애쓰고 있지만 그야말로 사후약방문 수준입니다. 여기에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 일각에서는 소수 강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돼 산업 전반이 퇴행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는데요.
현실적으로 이번 큐텐 사태로 인한 상흔은 당분간 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당정이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정교한 방안 마련에 나서지 못하고 업계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불공정 관행을 끊어내려는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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