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객 예치금 이용료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새로 시행된 법에 따라 거래소가 고객에게 이자 성격의 이용료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 속 '업계 최고'를 내건 과열 경쟁이 시작된 건데요. 이에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자, 업계는 숨죽이며 '암묵적 표준 이용료'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2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발표한 '고객 원화 예치금 이용료 연 4%' 공지를 철회했습니다. 지난 19일 첫 공지한 연 2%에서 두 배 오른 수치였는데요.
빗썸이 23일 발표한 '고객 원화 예치금 이용료 연 4%' 공지를 철회했다. (사진=빗썸)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빗썸의 예치금 이용료가 너무 높다고 문제 삼자,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이 같은 촌극이 벌어진 배경은 19일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용자의 예치금은 은행이 보관·관리하고 가상자산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자 성격의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예치금 이용료 경쟁은 눈치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빗썸이 20일 밤 이용료율 2%를 공지한 뒤 업비트는 기존 1.3%에서 2.1%로 올렸습니다. 직후 빗썸은 다시 이용료율을 2.2%로 높였습니다. 코빗도 이용료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확보할 수단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객할 수 있는 혜택이 생겨난 영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용료율 상한은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업계 자율로 둘 경우 고객 유인책 마련을 위한 과열 경쟁으로 흐를 여지가 충분합니다. 이 때문에 당국이 빗썸의 4% 이용료율에 제동을 걸면서 실질적인 한계선을 마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 수수료 경쟁을 할 때는 계속 내려도 '수수료 0(무료)'라는 한계가 분명한데, 이용료율 올리는 건 끝이 없다"며 "빗썸이 업계 최대를 주려다가 제동이 걸린 상황인데, 앞으로 금융 당국이 허용한 최대치가 암묵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 없던 것이 새로 생기다보니, 적정 수준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빗썸의 이용료율 공지 번복으로, 현재 업계 최대 이용료율은 코빗이 제공하게 됐습니다. 코빗은 지난해 10월 빗썸이 시행한 거래 수수료 무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빗썸과 달리 극적인 변화를 끌어내진 못했습니다.
코빗은 분기 단위로 예치금 이용료를 주는 경쟁사들과 달리, 매월 이용료를 지급해 모객 규모를 늘릴 방침입니다.
코빗 관계자는 "가상자산 변동성이 큰 만큼 이용료율도 기존 증권보다 짧은 주기로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고객 예치금 매월 지급도 당사만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