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의혹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구속됐습니다
. 김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자신이 받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 ‘그룹 쇄신
’과
‘AI 혁신
’을 거듭 강조한 바 있는데요
. 그럼에도 구속에 의한 총수 부재 사태로 구심점이 흔들리며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의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며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습니다.
특히 검찰은 김 의장이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다만, 이번 김 의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이 투입된 3일을 제외한 2월 28일 하루의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카카오 사옥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사법리스크 최고조…조직 방향성 흔들릴 우려
김 의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를 흔들던 사법리스크는 최고조에 도달했습니다. 그간 문어발식 사업 확장,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등 각종 논란이 그룹 전반을 흔드는 상황 속 김 의장이 경영 일선에 등판하며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 했지만 본인을 향한 리스크는 결국 구속에 이르며 다시금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마주한 셈이 됐습니다.
향후 쇄신 작업의 부정적 영향도 불가피합니다. 김 의장은 자율경영 체제와 이별하고 중앙집권형 책임 경영 체제로 잃어버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요. ‘선택과 집중’을 핵심 기치로 지난해 5월 147개던 계열사를 124개로 줄이는 등 성과도 보였습니다. 또한 CA협의체와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통해 쇄신 작업을 진행 중이었는데요. 대외적인 쇄신의 체감이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총수의 부재는 향후 쇄신 동력의 저해로 이어질 공산도 큽니다.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AI 전략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취임 후 AI 사업 중심의 조직 개편을 통해 “연내 카카오다운 AI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달리고 있었는데요.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이자 구심점인 김 의장이 구속되면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입니다.
이와 관련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AI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사업에 차질이 생길 확률이 높다”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정 대표가 조직 장악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모두에게 있었고, 그 부족한 부분을 김 의장이 채워주고 있었는데 이제 조직 장악과 방향성에 대한 불안정성이 생길 것”이라며 “김 의장이 그룹 위기 상황에서 혁신을 하겠다고 전면에 돌아왔지만 구속되며 결국 힘이 빠질 수밖에 없어 거버넌스 쇄신에 대한 실질적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의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를 둘러싼 다른 사법리스크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도 현재진행형으로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입니다. 또한 SM엔터 인수와 관련 법원 판단에 따라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적격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법원의 영장 발부에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그룹 총수에 대한 ‘도주 우려’ 사유가 다소 과하다는 겁니다. 또한 일각에서는 현 정권의 ‘카카오 때리기’ 등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의 영향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 의장의 구속은 윤석열정부 들어 대기업 창업주가 구속된 첫 사례로 남게 됐는데요. 대기업 총수로는 4번째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카카오 사명을 거론하며 “부도덕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다만 법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홍 교수는 “영장 발부 사유에 증거 인멸에 더해 도주 우려까지 들어가 있어서 정치적인 의심이 들 수 있다”라며 “하지만 바깥에서 법원의 판단을 두고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 등 국민의 지탄을 받았기 때문에 결국 총수의 구속으로 연결됐다”라면서 “다만,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플랫폼 기업이 총수의 구속으로 성장의 발목이 잡히게 됐는데, 정부가 기업의 해외 진출 등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카카오는 이번 사태와 관련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짤막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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