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이어 채상병 순직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까지 꺼내 들며 윤 대통령을 코너에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상설특검은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따라 꾸려지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첩첩산중' 위기에 직면한 셈입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을 비롯한 야6당 대표와 참석자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동 건 탄핵 청문회…김건희까지 겨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오는 19일과 26일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1차 청문회에서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2차 청문회에선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다루는데요.
청문회 증인으로는 김건희 여사 모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사령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등 총 39명을 채택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야당 단독으로 개최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 청문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보고, 이번에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사건 당시 정황을 추궁하며 그 이상의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입니다.
특히 이번 청문회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민주당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일전을 벼르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 전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구명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해 수사 중인데요. 이 전 대표의 증언이야말로 수사외압 의혹의 '스모킹건'(직접적 증거)인 셈입니다.
거부권 무력화…'상설특검' 뭐길래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의 재표결 시기를 두고 여당 내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강대강' 대치 속에 부결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입니다. 당 일각에서는 재의결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상설특검법' 도입이 거론되는데요.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인 겁니다.
'상설특검법'은 '채상병 특검법'에 비해 특검 활동 기간이 짧고, 규모도 작지만, 이미 공포된 법을 기반으로 하므로, 거부권에서 벗어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민주당은 특검 후보 추천을 둘러싸고 정부여당이 지연 전략을 펼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상설특검은 국회규칙에 따라 총 7명의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데요. 3명은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협 회장이 맡고, 나머지 4명은 국회 제1·2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하는 형식입니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 추천위원 4명 중 야당 몫을 늘리는 식으로 국회규칙을 개정하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국회규칙은 본회의 의결로 제·개정할 수 있는데, 소관 상임위인 운영·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민주당이 맡고 있어 본회의 의결까지 야당 단독으로도 가능합니다.
"위헌·불법적 탄핵 청문회"…대통령실, '수용 불가' 쐐기
'탄핵 청문회'가 윤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일정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는데요. 애초 '대통령 탄핵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유를 제시한 국민 청원을 근거로 청문회를 여는 건 전례가 없다는 겁니다. 국회 법사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증인 명단을 채택한 것도 헌법·법률에 어긋난다는 건데요.
불길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로도 옮겨붙은 모양새입니다.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특검은 우리 당의 분열과 대통령의 탄핵을 노리는 거대 야당의 계략"이라며 "특검은 곧 탄핵이고, 반드시 저지해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 역시 이날 청문회 불응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의힘과 같은 논리인데요. 앞서 지난 12일 국회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실을 찾아 김용현 경호처장 등 7명의 청문회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을 때도, 대통령실은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실 측 증인은 불출석하는 수순입니다.
이날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정을 변경하고자 국회 규칙 개정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유린될 지경에 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채상병 특검' 재표결 부결돼도…여론전은 계속된다
그러나 향후 정국에서 정부여당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나 '탄핵 청문회'의 본질은 '여론전'이기 대문입니다. 채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되고, 대통령실 관계자의 불출석으로 탄핵 청문회까지 무산된다면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도권은 민주당에 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이후 '채상병 특검법'을 수정해서 재발의 할 수도 있는데요. 민주당은 아직까지 '상설특검법' 도입에 선을 긋고 있지만, 민심이 폭발한다면 비소로 '상설특검'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날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일자를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며 "국민의힘 전대가 일단 끝나야, 특검법 처리 방안과 관련해 가닥이 잡힐 거라고 본다. 재의결 시점은 전대 이후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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