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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이하 한화에어로)가 방산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업 구조를 재편한 이후에도 사업 연관성이 적은 영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042660)과 함께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제조사인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 Corporation) 지분을 각각 6.83%를 취득할 예정으로 LNG사업은 방산 사업과 연관성이 적다는 평가다. 이에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등이 추진하는 에너지 사업에서 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는 자산 규모가 한화그룹 제조 계열사 중 가장 큰 까닭에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 중심으로 사업 재편 후 '에너지' 투자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오는 7월31일 미국 넥스트디케이드(NextDecade Corporation)에 1803억원을 출자해 지분 6.83%(1753만6368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다만, 한화에어로 측은 취득 주식수가 향후 경우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넥스트디케이드는 LNG제조 및 수출 사업을 하는 회사로 LNG 수출 시설인 LNG터미널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4월 한화그룹의 계열사 사업 재편 후 방산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는 오는 9월1일 한화정밀기계(반도체 장비 등 제조)와 한화비전(인공지능 솔루션)을 인적분할 예정이다. 인적분할되는 두 회사는 신설 지주사에서 사업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화에어로는 방산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방산과 사업 연관성이 적은 LNG사업에 투자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의 사업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LNG사업에 투자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의 최대주주로써 지분 23.1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와 달리 한화오션은 넥스트디케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가 명확하다. 한화오션은 에너지 밸류 체인 구축을 통해 조선업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LNG는 중간 단계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향후 LNG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등이 넥스트디케이드를 통해 LNG터미널 등을 확보할 경우 LNG 수출에 사용되는 LNG 운반 선박을 수주할 수 있다. 한화오션이 생산한 LNG를 한화오션이 만든 선박으로 실어나르는 사업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한화오션이 단독으로 투자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한화그룹에 편입되면서 마련한 투자금 1조5000억원 중 상당수는 방산과 스마트 조선소 투자에 지출될 예정이라 추가 투자 여력이 적다. 지난해 11월 단행된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1조4971억원 중 연료 관련 투자액 비중은 21.4%(3200억원)에 불과했다.
아울러 한화오션의 올해 1분기 영업현금흐름이 -1조1644억원을 기록하는 등 현금창출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영업 흑자로 전환했지만 운전자본 증가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겪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 내 유동성이 풍부한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을 지원해 그룹 내 에너지 밸류 체인 완성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산 20조원 돌파…재무부담에도 유동성 동원 커
한화에어로가 전폭적인 그룹사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에어로는 한화그룹 내 제조계열사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까닭에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다. 아울러 높은 수주 잔고에 기대어 향후 현금 유입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화에어로의 자산 규모는 총 20조5248억원으로 지난해 말(19조5429억원)보다 5% 증가했다. 이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규모는 1조971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9.6% 수준이다. 방산 수주에 따른 선수금 등이 유입되면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에어로는 향후 회사로 유입될 유동성도 크다. 올해 1분기 한화에어로의 선수금 및 계약부채 규모는 7조8010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3323억원)보다 6.4% 증가했다. 선수금과 계약부채는 장부상 부채로 잡히지만 향후 회사로 유입될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한다.
또한 수주 물량이 생산될 경우 수주 잔액들도 점진적으로 한화에어로의 유동성으로 전환된다. 올해 1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의 수주 잔액은 66조123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2조3903억원)에서 13조7331억원 늘어났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한화에어로의 매출액은 10조1040억원, 2025년 11조265억원, 2026년 12조2062억원으로 향후 3년간 수주잔고의 절반 정도를 소화하면서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을 늘릴 전망이다.
한편,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 외에도 사업적 연관성이 적은 그룹사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3월 한화정밀기계에 대해 1700억원의 반도체 공정 설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화오션과 연료전지 등 기술 협력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 투자도 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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