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이른바 ‘라인 사태’에 다시금 불이 붙었습니다. 26일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이 있고서부터인데요. 글로벌 각국이 ‘데이터 주권’ 등 경제 안보를 노골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은 여전히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 (사진=연합뉴스)
27일 정치권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라인 사태’와 관련 “윤 대통령이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을 하고 따라서 앞으로 양국 간에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언급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발언은
‘라인
’의 경영권을 둘러싼 일본의 네이버(
NAVER(035420)) 압박 이후 처음 양측 정상이 만나 의견을 교환한 자리에서 나온 것인데요
. ‘라인 사태
’가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만큼 윤 대통령이 먼저 직접 거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자본 관계 재검토’라는 이례적인 행정지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닌 일본 정부의 입장을 수긍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는데요. 민주당은 “일본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일본의 새빨간 거짓말을 용인했다”라며 “우리의 미래와 디지털 강국이라는 자부심까지 갖다 바친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앞선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통해 보안 거버넌스 차원에서 ‘자본 관계 재검토’를 여러 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분을 매각하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우회적으로 매각을 압박하는 셈입니다.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와 관련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하라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그 속에서는 네이버를 압박하는 법적 근거로 볼 수 있는 ‘중요 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자를 국가가 지정한다’는 ‘중요경제안보법’을 참의원에서 통과시키는 등 ‘경제 안보’의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습니다.
그간 네이버는 라인야후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권을 상실한 상태로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의 행정지도 이후에도 자율적 협상의 영역으로 판단하고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분 매각’의 강제성을 띄는 형태로 개입한 만큼 우리나라 정부가 맞서서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입니다. 일본에 진출한 다른 우리 기업들에 하나의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는 언급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스란히 반복한 것으로, 앞선 정부의 입장에서조차 ‘후퇴’한 내용입니다. 앞서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하였습니다만, 우리 기업에게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윤 대통령이 ‘행정지도에 나와 있는 자본관계 재검토는 지분 매각이 아니라고 인식하면 되는 것이냐’라고 물었어야 한다”라며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라인이 한국의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기에 위기 의식을 느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등 자국산 플랫폼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디지털 경제나 플랫폼 경제의 중요성을 생각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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