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임지윤 기자] "이제 그만 싸워야 한다."
지난 1998년 이후 26년간 손도 못 댄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김우창 카이스트(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첫 일성입니다. 정치권인 여야가 4%포인트 인상에는 조율했으나 소득대체율 인상 폭 차이는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실정입니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가 평균소득 대비 수령하는 국민연금을 말하는데, 민주당은 45%를, 국민의힘은 44%를 주장하고 있어 1%포인트 차이의 이견을 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소득대체율 44~45% 사이에서 어떤 결단이든 충분히 열려있다"고 발언하면서 여당이 주장하는 44% 합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21대 국회 내 처리 가능성이 열린 겁니다.
김우창 교수는 "앞서 공론화위원회에서 선택된 게 재정안정론자가 선호하는 안이 아닌 소득보장론자들의 안이 선택됐다. (소득대체율 이) 더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적 형국. 정치 상황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4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극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극적인 타협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김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극적인 타협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전문가가 얘기하는 것처럼 13% 보험료율 합의는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5년 전 문재인 정권 때 개혁안 생각해 보면 그 때는 보험료율 11%에 소득대체율 45% 인상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해 결국 안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득 대체율과 보험료율이 전체는 아니지만, 그것만 보고 논의하는 게 올바른 것도 아니지만 현실은 지난 20년간 연금 개혁 논의를 주도했던 소득보장론자와 재정론자들이 두 숫자 가지고 치열하게 싸워왔다"며 "2024년 들어 숫자 하나는 합의가 됐다. 소득대체율도 44~45%로 그 폭이 가장 작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정치 전문가는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희망 섞인 생각은 중간에서 합의 되면 재정 투입이나 세대 간 형평성에 대한 논의 공간이 나온다. 합의 되면 법안 만들기 위한 세부 사항 조율과 국민 설득 등이 가능하다"며 "21대에서 입법 안 하더라도 합의만 하면 22대에서 실무 사항 더해서 충분히 개혁 일어나지 않을까. 희망 섞인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 개혁 사례는 2가지 중 하나다. 최고의사결정자가 강한 의지를 갖고 구체적 방향성을 밀어붙인다"며 "다른 방식은 무엇이냐면 공론화위처럼 500명만 하는 게 아니라 독일이나 캐나다처럼 엄청 돌아다니면서 오랫동안 시민들을 만나 일일이 설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창 교수는 "하지만 두 개 다 아니고 정부에서도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로 개혁이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때를 복기해 보면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은 크게 하락한 수준이었지만 그런데도 밀어붙여 했다. 역사에서 연금 개혁을 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겠다고 마음먹은 것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는 소위 총대를 메고 밀어붙여야 통상 개혁이 일어난다는 게 김우창 교수의 조언입니다.
소득대체율 상향이 소득 하위 20%의 상대적 빈곤율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그건 다르게 봐야한다. 크레딧(사회적 가치의 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이 있다. 너는 '연금 더 받아라' 현세대가 해놓고 돈이 나와야하는 데 돈이 없다. 다음세대가 '채워라'하는 게 현 크레딧 제도"라고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는 "재정투입 1%를 그냥 쓰라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에는 OECD가 지적할 정도로 소득 재분배 기능이 엄청 세게 들어가 있다. 얼마나 세냐면 6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으면 국민 연금 기준으론 최고 소득자로 분류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40대 직장인들일 텐데 40년을 일해도 40%를 받는 게 아니고 30%밖에 못 받는다. 4분의 1인 자신의 연금을 소득 재분배라는 명칭으로 타인에게 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빈곤한 사람을 빈곤에서 구제하는 건 국민 연금의 역할이 아니다. 세금을 내서 하는 게 국가 존재의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민연금 재분배 기능만 놓고 보면 그 역할을 100% 연금가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최고 소득자라고 하면 이재용 회장 등 재벌가 생각하는데 연금가입자 월 600만원의 이런 사람들이다"라며 "이전 소득이 진짜 하위 20%한테 가면 좋은데 노후 혜택을 보려면 10~20년 연금 받고 그 기간 동안 저소득자로 남아 있어야한다. 그런 사람 몇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소득재분배 기능이라며 고소득자에게 엄청 가혹하게 돈을 떼어 가는데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는 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우창 교수는 "제가 제안한 방식은 기본적으로 소득 비례로 주되, GDP 1%를 미래 빈곤할 게 뻔한 사람들에게 미리 내주자는 것이다"라며 "하위 20%의 가입률이 짧다고들 하는데 나중에 못 받을 국민연금 가입자인 사각지대 12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GDP 1%만 있으면 이 사람들의 월급 120만원에 대해 낼 보험료를 다 내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나중에는 단 얼마라도 이 사람들이 연금을 받을 거 아니냐. 그때는 기초연금을 안 줘도 될 거다. 그리고 사각지대도 없어지고 미래 세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창 카이스트(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4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임지윤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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