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소득 분배 지표가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비지출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높은 물가와 경기부진으로 가계 소득도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가계가 벌어들인 월평균 근로소득이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겁니다.
특히 물가 상방 압력에 이어 중물가 고착화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어려운 곳의 소득 안전망을 보전할 수 있는 정부 역량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고물가로 식비를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24일 직장인들이 한 구내식당에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득분배 개선?…'지출 양극화' 뚜렷
23일 통계청의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98배로 지난해 6.45배보다 0.47배 포인트 하락한 개선세를 보였습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눠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과 하위 20%인 1분위 간 차이가 몇 배인지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와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소득을 보면 각각 115만7000원, 1125만8000원으로 1010만1000원 차이가 벌어집니다.
소득 하위 20% 소득은 근로·이전소득 중심으로 1년 전보다 7.6% 늘었으나 소득 상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2.0% 줄었습니다. 5분위 소득 감소는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상여금 감소가 주요했습니다.
1분위·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비지출 감소율이 고소득층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31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0.6% 감소했습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509만8000원으로 0.5% 줄었습니다. 즉, 저소득층이 씀씀이를 더 줄였다는 방증입니다.
23일 통계청의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소득 '뚝'…실제 지출 4년 만에 '최저'
더욱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지만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1.6%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2.5% 줄어든 이후 7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2021년 1분기 이후로는 3년 만에 감소로 전환했습니다.
2022년 2분기부터 줄어든 실질소득은 지난해 3·4분기 각각 0.2%와 0.5%에 머물다, 고물가 영향으로 마이너스 폭이 커졌습니다.
실질소득은 꺾인 반면 상품·서비스 구매의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습니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지출의 증가율은 0.0%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소비 지출은 늘었으나 물가 변동을 제외하면 실제 소비가 그대로라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실질 소비 지출 증가율은 1분기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20년(-7.4%)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평균 40만4000원으로 1분기 기준인 2021년(7.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7.2%(2만7000원)를 기록했습니다.
23일 통계청의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23일 통계청의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12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사진=뉴시스)
사회안전망 강화 '자찬'…진전없는 논쟁만
기획재정부 측은 견조한 고용증가세 지속 및 공적연금 수급액 상승 등 사회안전망 강화로 가계소득이 3분기 연속 증가했다는 전체 지표상의 입장만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지표에 가려진 속내를 보면 일자리 증가폭은 7분기째 둔화세를 걷고 있는 데다, 대다수 노인 일자리 증가와 질 나쁜 일자리만 여전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바람직한 노동개혁은 안보이지 않고 최저임금 논쟁은 첫날부터 노사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올해도 기싸움만 벌일 공산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저임금 추이와 국제 비교’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이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인상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아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어려운 국민에게 '두터운 복지'를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의 '기초연금 40만원' 약속도 미지수입니다.
오건호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집행위원장은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한 문제 제기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며 "70만명이 넘는 생계급여 어르신들의 기초연금 지급을 예산상의 부담 등으로 머뭇거리고 있다면 하나씩 해결해 나가길 요구한다"고 촉구했습니다.
17년째 '논쟁'만 벌이고 있는 국민연금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날 KDI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현재의 보장성 수준으로는 기초연금과 결합해도 최소한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장을 제공하기 어렵다. 보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 재분배 기능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돕는 사회적 기금 강화는 의미가 있고 이상적이나 마땅한 재원 조달 방법이 없다. 기재부가 세수 조달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증세 얘기를 꺼내야 하나 쉽지 않은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증세가 어려우면 세율, 세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는데 결국 성장에 달렸다. 저성장 극복을 위한 성장사다리가 그것인데, 기재부가 어떤 묘수를 꺼내들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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