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계 '아웃'…검찰 친정체제 구축에 한, 당권 맞대응?
윤석열, '찐윤'으로 특검 방어 총력
한동훈, 국힘 전당대회 변수로 급부상
2024-05-14 17:59:51 2024-05-14 18:55:1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 내 '한동훈 라인'이 줄줄이 좌천당하자 정치권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의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습니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찬 회동을 하는 등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몸풀기에 돌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친정체제' 재정립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이 본격 등판할 경우 여권발 현재·미래 권력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수사' 지휘라인 전원교체'친한' 대신 '찐윤'
 
 법무부는 지난 13일 검사장·고검장급 39명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원고검장으로, 신봉수 수원지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앞선 2명의 경우 모양은 '승진'이지만, 실상은 '좌천'이란 평가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경우엔, 총장의 손발 역할을 하는 대검찰청 참모진이 대부분 교체됐습니다. 이들 검사는 '한동훈 법무부' 시절 영전했습니다. 여기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전해지는데요. 한마디로 '한동훈 라인'이란 겁니다. 특히 송 지검장은 한 전 위원장의 최측근 그룹으로 꼽히고, 권 국장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서 그와 합을 맞췄는데요. 결국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원지검장 등 주요 지휘부는 한 전 위원장과 특별한 인연이 없으면서 윤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검사가 대체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핵심은 서울중앙지검장 교체입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일하며 '윤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을 맡는데요. 결국 송 지검장은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검찰 간 마찰을 책임지고 내려가는 그림이 됐습니다.  
 
송 지검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종결지으려면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경질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다음 검찰 인사는 한동훈계를 지우고 진짜 윤석열계만 남기는 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송 지검장 아래서 수사 실무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도 전원 교체됐습니다. '명품가방 수수의혹' 수사를 맡은 김창진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주가조작 의혹'을 맡은 고형곤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옮기며 비수사 보직을 맡습니다. 
 
특히 김 차장검사의 경우, 법무연수원이 검찰 내 '유배지'로 불린다는 점에서 명백한 좌천성 인사입니다. 수원고검장으로 승진·이동한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 역시 검찰 주요 요직에서 비수사 부서로 옮기는 거라 좌천으로 평가됩니다.
 
한동훈 본격 등판 땐…'현재·미래' 권력 또 '충돌'
 
총장의 임기가 4개월 남은 시점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검찰 인사가 이렇게 단행된 건 처음 본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주목적은 야당의 특검(특별검사)법 압박이 거세지면서 윤석열 사단으로 수비진을 미리 구축하기 위해서지만,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신뢰가 깨진 점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총선 과정에서 이른바 '윤·한 갈등'을 겪으며 두 사람 사이가 소원해진 데다, 결정적으로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후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면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차기 대권 노리는 그로서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이 정치적 상황을 예의주시하다 특정 시점에 복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이 잠행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내자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받습니다.
 
여당이 거대 야당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고, 대권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상황이 오면 한 전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여권 일각의 시각입니다.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건데요.
 
이에 따라 한 전 위원장의 행보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가 전대를 앞두고 정치적 행보를 재개한다면 사실상 당권 도전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고, 곧바로 유력 당권 주자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현행 전대 룰(100% 당원 투표)을 적용할 경우 한 전 위원장이 다른 주자를 여유 있게 따돌린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한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명분입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2~3개월 만에 당권에 도전할 경우,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으로선 총선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재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역시 존재합니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그의 팬카페 가입자 수는 이날 기준 6만명을 넘긴 상태입니다. 총선 전(1만8000여명)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커진 건데요. 이런 분위기는 한 전 위원장의 '전대 등판론'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이어 그에게 '당권 도전'으로 맞대응할지 주목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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