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손보사, 레저·산책 인보험 틈새 공략
보장성 상품 늘려…성장 한계 타개 일환
2024-05-17 06:00:00 2024-05-17 08:11:0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이 보장성 인보험 상품을 늘리고 있습니다. 여행자보험·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은 데 이어 레저 상해보험, 반려견 산책 보험 등으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성장 한계 극복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미니보험 차별화 꾀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지털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생활밀착형 미니보험 중심에서 인보험으로 상품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최근 취미·여가 탐색 플랫폼과 손잡고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재해골절 진단, 법정 감염병 진단, 강력 범죄 피해 상해 위로금 등을 보장하는 상품입니다.
 
해당 보험은 플랫폼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가 가입 동의만 거치면 무상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임베디드 보험에 속합니다. 교보라이프가 직접 보험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대신, 150만명의 사용자가 있는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보험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캐롯손해보험은 반려견 산책 시간에 일어나는 사고를 보장해 주는 펫산책보험을 출시했습니다. 산책 중 반려동물이 다른 반려동물이나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경우, 반려견이 산책 중 상해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에 보장이 가능합니다. 가입일 1년 기준 기본 보험료는 2000원부터 시작하며 견종과 산책 횟수에 따라 납부액은 달라집니다.
 
하나손해보험은 하루 보험료가 790원인 낚시 보험을 출시했습니다. 낚시 도중 상해 사망 보험금뿐 아니라 골절 진단·수술비, 깁스 치료비, 입원 일당 등을 보장합니다.
 
삼성화재도 삼성금융 통합플랫폼 모니모에서 가입할 수 있는 계절맞춤 미니보험을 출시했습니다. 레저·스포츠 상해 사고는 물론 여름 폭염이나 겨울 한랭에 따른 기후성 질환을 보장해주는 이색 담보 상품입니다. 1일 단위로 최대 30일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험들은 일상 속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 상품에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운 것이 핵심입니다. 보험은 이색적이되, 필요성은 높고 보험료는 낮아야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디지털 보험사들은 일반 보험사의 상품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이색적인 마케팅을 내세우는 틈새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의 경우는 여행자보험 가입자가 사고 없이 여행을 마쳤을 때 보험료의 10%를 돌려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카카오페이손보의 여행자보험은 가입건수가 누적 100만건을 넘으며 리워드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지금은 카카오페이손보의 환급 마케팅을 벤치마킹한 손보사들이 많지만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주는 전략은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캐롯손보는 주행 거리만큼 보험료를 산정하는 퍼마일자동차보험으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습니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은 누적 170만건에 달하는데, 자동차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보장항목을 보충하기 위한 운전자보험을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디지털보험사들이 레저·여가 보험으로 인보험 틈새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제주 함덕해수욕장 해상에서 한 레저인이 수상기구를 즐기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기 인보험 확대 고심
 
다만 이 같은 보험들은 일회성 미니 보험이거나 길어도 1년짜리 의무보험이 대부분입니다. 보험사의 실적 개선은 미래 이익까지 보장하는 장기 보장성 상품 비중이 커야 합니다. 그러나 생보사나 손보사를 자회사로 둔 디지털 보험사들은 모회사 채널과 중복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보니 미니 보험으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레저보험 등은 특정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고 등을 보장하는 이색적인 상품이지만, 기존에도 일상 속 사고에 대한 보험이 존재합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일상생활 배상책임 보험 특약에 들었을 경우는 웬만한 사고는 따로 보험을 들지 않아도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배상책임 보험은 일상생활 중 타인에게 인명·재산상 피해를 줬을 때 고의가 아닌 경우에 한 해 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미니 보험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출범 이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 인보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장기 인보험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보험입니다. 대표적으로 암보험, 건강보험을 들 수 있습니다. 보장성 보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인보험과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물보험으로 나뉘는데, 수익이 높은 건 단연 인보험입니다.
 
장기 인보험은 올해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하에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비중이 높습니다. CSM이 클수록 장래 이익이 많이 발생합니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장기 보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미니 보험도 발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이 다루는 상품과 경쟁하는 건 디지털 보험사의 태생 취지와 맞지 않다"며 "일상 속 작은 부분에서도 보험이 보편화되는 것을 목표로 담보, 특약, 이색 상품 출시로 포트폴리오 변화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롯손보는 반려견 산책 시간에 일어나는 사고를 보장해 주는 펫산책보험을 출시했다. 사진은 지난 1월16일 대구 달서구 장동에 조성된 반려견 놀이터에서 강아지들이 뛰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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